영업활동과 관련이 없는 예금, 장기저축성보험 등 사업무관자산 증여
증여 전 사업무관자산을 사업 관련한 업무로 활용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Z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67) 씨는 가업승계를 한다면 빨리 하는 것이 좋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계획을 세워보고자 한다. 아들이 3년 전부터 본인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해서 아직은 경영을 도맡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천천히 승계를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었으나, 미리 가업승계요건 등도 검토를 하는 등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금부터 승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사업무관자산 유무에 따란 증여세 달라져
㈜Z사의 매출액은 연간 약 40억원, 영업이익은 약 5억원 정도다. 2024년 기준 총자산 70억원, 총부채 10억원에 순자산은 60억원이다. 회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들이 평생 직업으로 운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무차입경영으로 경영 리스크도 별로 없다. ㈜Z사는 직접 제조시설을 갖추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에 의뢰해 제조를 하고 있다. 제조를 위탁하는 대신 ㈜Z사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허수복 전문위원은 "제조를 위탁하는 경우에도 가업증여 특례 또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 업종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제조업체에 의뢰해 제조하는 사업은 일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요건으로는 첫째, 생산할 제품을 직접 기획해야 한다. 직접 기획하는 것은 제품의 고안·디자인 및 견본 제작 등을 말한다. 둘째, 해당 제품을 자기 명의로 제조해야 한다. 셋째, 해당 제품을 인수해 자기 책임 하에 직접 판매해야 한다. ㈜Z사는 이 세 가지 경우 모두를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Z사의 주식은 대표인 이씨가 100%를 소유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1주당 주식가치는 52만원으로 이씨의 총 주식가치는 52억원이다. 만약 이씨의 주식 전부를 아들에게 가업증여 특례로 물려준다면 10억원을 공제한 후 42억원에 대해 10%인 4억2천만원을 증여세로 내면 된다.
박시호 전문위원은 "다만 사업무관자산이 있으면 증여세 결과가 달라진다"며 "회사의 재무제표를 검토한 결과 정기예금과 장기저축성보험이 사업무관자산에 해당할 여지가 높았다"고 진단했다.
현금성자산과 관련해 요구불예금 및 취득일로부터 만기가 3개월 이내인 금융상품은 상속개시일 직전 5개 사업연도 말 평균 현금보유액의 100분의 150을 초과하는 경우 사업무관자산에 해당한다. ㈜Z사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는 과다보유현금은 없다.
법인의 영업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채권 및 금융상품도 사업무관자산에 해당한다. ㈜Z사가 보유하고 있는 1년 만기 정기예금 30억원은 사업무관자산에 해당할 것으로 전문위원들은 판단했다. 박현철 전문위원은 "회사의 정기예금은 5년 전부터 매년 1년 단위로 갱신돼 이자를 수취해 현금성자산이 아닌 만기보유 금융자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기업회계 상 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며 "또한 정기예금의 자금을 영업활동에 직접 사용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장기저축성보험 5억원도 법인의 영업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에 해당해 사업무관자산에 해당한다. 따라서 ㈜Z사의 사업무관자산은 정기예금 30억원과 장기저축성보험 5억원을 합해 35억원이 사업무관자산이다.
총자산 70억원 중 사업무관자산은 35억원으로 사업무관자산비율은 50%이다. 따라서 이씨의 주식 52억원 사업무관자산비율(50%)을 제외한 26억원이 가업에 해당하는 주식이며 나머지 26억원 주식은 가업에 해당하지 않아 일반 증여세 대상이 된다.
결국 지금 이씨가 주식 52억원 모두를 증여한다면 가업증여 특례에 의한 증여세는 26억원 중 10억원을 공제하고 16억원에 대해 10%인 1억6천만원을 증여세로 내면 된다. 그러나 가업에 해당하지 않는 26억원의 경우 일반 증여세가 부과되므로 세율 40%에 해당하는 8억8천만원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아들이 부담할 증여세는 모두 10억4천만원이다.
◆증여 전 사업무관자산 해결부터
이씨의 경우 사업무관자산이 없을 경우의 증여세는 4억2천만원, 사업무관자산이 있을 경우의 증여세는 10억4천만원으로 무려 6억2천만원의 차이가 난다. 또한 지금 당장 아들이 10억4천만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도 없다. 따라서 지금 당장 아들에게 가업증여 특례로 주식을 증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씨와 상담을 해보니 제품을 보관하는 장소가 부족해 2년 후 창고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창고매입자금은 약 30억원 정도라고 한다. 정기예금을 창고매입자금으로 사용하게 되면 사업무관자산에 해당하는 문제는 해결된다.
그리고 장기저축성보험은 이씨가 퇴직을 할 때 퇴직금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가입을 했다고 한다. 따라서 가업증여 특례로 아들에게 주식을 넘겨주기 전에 퇴직을 하고, 장기저축성보험은 그때 해지를 해 이씨가 퇴직금으로 받아갈 예정이다. 그러면 ㈜Z사의 사업무관자산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따라서 ㈜Z사의 가업승계는 이씨가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3, 4년 후 실행하기로 했다.
이씨의 고민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배우자의 노후준비다. 이씨는 아파트 한 채를 빼고는 개인재산이 거의 없다. 이씨는 은퇴 후 회사의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한 달에 5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 노후를 보내면 된다. 다만, 배우자의 노후를 위해서 5억원 정도를 따로 마련해주고 싶어한다. 배우자의 노후자금은 이씨가 가지고 있는 ㈜Z사의 주식 중 약 5억원을 배우자에게 증여를 하고, 배우자가 이씨로부터 증여받은 주식 약 5억원을 ㈜Z사에 자기주식으로 매각을 하여 노후자금을 마련하면 된다.
방효준 전문위원은 "지금 이씨의 주식 중 1천주, 5억2천만원을 배우자에게 증여할 것을 권했다"며 "배우자 증여공제한도인 6억원 이내이기 때문에 증여세는 없다"고 설명했다.
배우자는 증여받은 날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증여받은 주식을 회사에 자기주식으로 매각하여 매각대금을 받아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면 된다. 이때 배우자가 받은 주식매각대금을 다시 이씨에게 주어 이씨가 사용해서는 안된다.
〈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 전문위원단〉
▷허수복 퍼시픽경영자문 대표(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장)
▷박시호 박시호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박현철 참회계법인 회계사
▷방효준 명인노무사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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