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관계 어려움 느끼는 젊은 세대 늘어나
서로 온전히 바라보고 소통하는 경험 통해 연결돼야
요즘 사람들과의 관계는 예전보다 더 조심스럽고 어려워진 듯합니다. 속도가 중요시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를 잃어가고, 예전에 비해 '함께 있음'의 의미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전례 없이 빠른 연결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작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직접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관계 형성에는 서투른 경우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되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 '공유'는 넘치지만 '공감'은 희박해진 시대

식사 시간, 가족 모임, 친구와의 대화 자리에서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화면 속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세상의 반응을 기다리느라 정작 내 눈앞의 사람을 놓치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은 우리를 더 자주 더 많이 연결해 주는 듯하지만, 서로의 마음은 얼마나 닿고 있을까요?
'경험의 멸종'(크리스틴 로젠 지음)은 이 질문에 깊은 통찰을 제시합니다. 책에서는 디지털 사회가 인간의 본질적인 감각과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모색하면서 함께 나누는 기억, 공동체라는 '우리의 감각'이 점차 흐려져 가는 현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공동체는 우리 삶의 안전망이었지요. 아이들이 뛰어놀던 골목, 생일 케이크를 함께 나누던 이웃, 얼굴을 마주하며 같이 울고 웃던 사람들…. '우리'라는 이름으로 새겨진 경험과 기억들은 삶을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점점 사라지고 파편화된 공간 속에서 타인과 공감하고 교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 갑니다. 저자는 대면 소통과 교류, 손으로 쓰고 그리는 일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다고 여겼던 직접 경험들이 사라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주말 하루쯤은 화면에서 벗어나 아이와 공원에서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걷는 일. 저녁 식탁에서 휴대폰 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 불편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우리'라는 감각을 되살리는 진짜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의 편리함은 우리를 더욱 가까이 묶어 주었지만 그 끈이 마음까지 닿는 건 아닙니다.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는 시간 그리고 함께 소통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서로 좋은 관계로 가는 길

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가족 간 갈등을 다룬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상처를 받고, 부부가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지요. '알아서 이해하겠지', '말 안 해도 알겠지' 하는 기대가 쌓이다 보면 가장 익숙하고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자주 상처받고 한 번 틀어지면 되돌리기가 어렵기 마련입니다.
스스로를 지키는 태도에 집중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는 경험이 드물어지고 있는 것 또한 관계 형성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곤 하지요. '관계의 언어'(문요한 지음)에서는 나를 잃지 않으면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춥니다. 저자는 마음읽기와 마음 헤아리기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상처 입은 관계를 회복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마음 헤아리기 언어'를 연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음 헤아리기는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상황과 맥락을 살피며 상대의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엄마, 나 오늘 속상했어"라는 아이의 말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즉각적으로 개입해 이유를 묻고 바로 잡아주는 경우가 있지요. 책에서는 그 순간 마음 헤아리기의 스위치를 먼저 켤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마음을 헤아리는 대화법을 단계별로 제시하면서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을 안내합니다. 관계는 언어로 지어진 집과 같습니다. 그 집이 따뜻하려면 벽돌 사이 사이에 깃든 따스한 온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따뜻한 마음 한 줄, 마음 헤아리기의 언어 한 마디를 담아보시기 바랍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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