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쏘니!' 라스트 댄스 준비하는 '전설'…손흥민, 토트넘과 10년 동행 마침표

입력 2025-08-03 11:50:28 수정 2025-08-03 18:19:48

손흥민, 뉴캐슬전 앞서 올 여름 이적 밝혀
유로파리그 우승 끝으로 10년 인연 정리
새 둥지는 미 LA FC 유력…월드컵도 대비

EPL 토트넘의 손흥민이 2일 서울에서 열린
EPL 토트넘의 손흥민이 2일 서울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이날 손흥민은 기자회견에 앞서 별도의 발언을 통해 이번 여름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전설이 출연한 연극 제1막이 끝났다. 이젠 제2막을 준비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손흥민(33)이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풀고 떠난다. EPL에서 굵은 족적을 남긴 손흥민의 다음 행선지는 미국일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의 전설, 이적 선택

손흥민이 직접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이적설을 정리했다. 2일 서울에서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별도 발언을 통해 이번 여름 토트넘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한 뒤 10년 간 이어온 인연을 마무리한다는 말이었다.

EPL 토트넘 손흥민의 훈련 모습. 토트넘 홈페이지 제공
EPL 토트넘 손흥민의 훈련 모습. 토트넘 홈페이지 제공

이 자리에서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면서 이룰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새 환경, 새 동기를 통해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작별에도 좋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그때"라고 했다.

손흥민은 그동안 토트넘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의 푸스카스상(1년 간 나온 골 중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상)을 받았고, EPL 2021-2022시즌엔 아시아 선수 중 최초로 득점왕(23골)에 올랐다.

EPL 토트넘의 손흥민이 2일 서울에서 열린
EPL 토트넘의 손흥민이 2일 서울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이날 손흥민은 기자회견에 앞서 별도의 발언을 통해 이번 여름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건 화룡점정(畵龍點睛). 손흥민과 토트넘 모두 오랜 '무관'의 한을 풀었다. 이후 손흥민의 이적설은 더욱 들끓었다. EPL 다른 클럽부터 사우디 아라비아, 튀르키예, 미국 리그까지 곳곳에서 손짓한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내년 여름까지. 이후엔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기에 이적료가 없다. 토트넘으로선 손흥민을 내주면서 이적료를 챙기려면 이번이 적기였던 셈. 3일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EPL의 뉴캐슬과 대결하기 앞서 손흥민이 직접 이적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이 EPL 토트넘에서 남긴 주요 기록. 연합뉴스
손흥민이 EPL 토트넘에서 남긴 주요 기록. 연합뉴스

손흥민은 "결정한지는 좀 오래됐다. 하지만 축구하면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고향 같은 팀을 떠나는 게 어렵지만 멋지게 작별하려고 한다"며 "10년 전 팀에 처음 왔을 때는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었는데 남자가 돼 떠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미국행 유력, 월드컵 준비

손흥민은 단짝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떠난 뒤에도 토트넘을 지켰다. 지난 시즌까지 10시즌 동안 토트넘에서 공식전 454경기를 뛰면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역대 최다 골 부문에선 5위. 5월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EPL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토트넘 SNS 제공
EPL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토트넘 SNS 제공

하지만 지난 시즌 7골 9도움에 그쳤다. 손흥민의 이름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 노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새 사령탑 토마스 프랑크 감독의 청사진에 그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 고민 끝에 손흥민은 새 둥지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아쉬움은 남는다. 부상을 털고 다시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떠났으면 좋겠다는 애기도 있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 이별. '박수칠 때 떠나라'는 격언대로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린 뒤 바로 떠나는 걸 택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으로 활약 중인 손흥민. 연합뉴스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과의 경기를 앞둔 토트넘의 손흥민이 2일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새 둥지까지 밝힌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행이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LA FC가 다음 행선지가 될 거라는 얘기가 많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시오 로마노, 영국 '기브미 스포츠'와 미국의 '디 에슬레틱' 등 매체들도 LA 이적에 무게를 실었다.

LA는 대규모 교민 사회가 자리잡은 곳. 손흥민이 적응하기 쉽다. 팀도 손흥민을 활용하면 흥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손흥민과 팀 모두에게 좋은 선택지인 셈. 토트넘도 전설을 우대, 이적료를 더 받으려 하기보다 원만하게 이적을 추진할 거란 말이 나온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으로 활약 중인 손흥민. 연합뉴스

이제 화려했던 EPL 시절은 과거. 하지만 손흥민이 쓰는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내년 열릴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가 있다. 어떤 리그에서 뛰느냐보다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필수. 게다가 미국 무대에 일찌감치 적응하는 건 대표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