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하는 삶, 그것이면 충분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 줄 수 있는 가족 됐으면
박진석(44) 씨는 환경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친환경제품 제조사업으로 풀어가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다.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건강을 위협하는 석유화학 제품의 대체재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폴리락틱산)를 소재로 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는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아내 윤현주(45) 씨는 가정주부이자 사이버대학교에서 사회복지상담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하늘(14, 대륜중학교 1학년), 한별(여·11·대청초등학교 4학년), 한솔(9·대청초등학교 2학년), 하엘 (여·6·자연아이유치원생) 등 네 아이 엄마로서 가정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으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
이들 여섯 가족은 함께 하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말에는 다같이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수영, 축구 등 운동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하며 추억을 쌓는다.
이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지켜왔던 루틴이다. 그렇다 보니 네 자녀 모두 운동에 관심이 많고 운동하는 시간 또한 당연한 일과처럼 여긴다.
요즘 이 가족에게 가장 큰 이슈는 매주 금요일 저녁 온가족이 함께 축구동호회에 참여해 땀 흘리며 공을 차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주일 간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가족들과 교류하며 건강한 가족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진석 씨는 "아이들이 축구동호회 활동을 너무 좋아해 춥고 덥고에 상관 없이,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도 빠지지 않고 매주 참석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관계를 배우고 사회성을 키워가는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고 했다.
박진석· 윤현주 부부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기 보다 운동과 음악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첫째 하늘은 어린 시절 피아노를 통해 절대음감을 발견하기도 했다. 현재는 축구선수를 꿈꾸며 매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둘째 한별은 동생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똑 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다. 동생들의 방과 후 공부를 도맡아 책임지고, 해야 할 일도 미루지 않는다.
이 집안 유일의 J형(계획적인) 인간인 그는 오빠를 따라다니며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태권도와 축구에도 관심이 많다.
셋째 한솔은 예의 바르고 활달한 성격으로 또래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는 사교성이 뛰어난 아이다. 어릴 적부터 인사성이 정말 밝아 처음 보는 어르신들한테도 두 손 모아 공손히 인사를 한다. 7살 때 맹장수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어르신들만 보면 끙끙 앓으며 달려가 인사를 해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막내 하엘은 언니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 집안 귀염둥이다. 춤과 노래를 사랑하고 영어로 말하는 걸 좋아한다. 가끔 아빠에게도 영어로 대화를 걸어와 난처하게 만들곤 한다.
부부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는 이 아이들을 낳은 것"이라며 "아이들이 오히려 부모인 우리 삶을 더 풍성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줬고, 삶에 있어 진정한 의미와 책임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조율하고 협력하며 육아 분담
처음부터 네 아이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둘째까지 낳은 뒤 더 이상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과 감동이 워낙 커 더 욕심을 냈다. 셋째가 생겼을 때는 기대와 설렘이 컸고 넷째는 반가운 동시에 걱정도 앞섰다. 셋째까지 제왕절개 수술을 한 상태였고 노산에 해당하는 나이에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모든 난관을 헤치고 대학병원에서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는 안도와 함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네 아이와 생활하다 보니 집안은 활기가 넘치고 웃음도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서로가 친구이자 스승이며 조력자다. 자기들끼리 보살펴주고 아껴준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부부는 "아이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관계의 폭도 넓어진다는 의미"라며 "가족은 행복이자 사랑 그 자체로 그 수가 많을수록 그 강도도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부부의 육아 분담도 분명하다. 서로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되 일방적인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율해가며 협력한다. 아내는 주로 아이들의 학습, 정서 관리, 일상적인 돌봄을 담당하고, 남편은 아이들과의 야외활동, 운동, 놀이 등을 통해 정서적인 유대와 건강을 책임진다.
남편 박진석 씨는 "제가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다 보니 아침에 네 남매를 챙기는 건 오롯이 아내 몫이라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토요일 하루 만큼은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도 되도록이면 일찍 귀가해 아이들과 잠깐이라도 놀아주려 노력한다.
토요일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가 공을 차며 놀거나 수영을 하는 등 엑티브한 활동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일요일에는 가족 모두 신앙 생활을 중심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공동체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나눔을 실천한다.

◆함께 하는 삶이 가족의 목표
가족이 많다는 건 그만큼 책임이 크다는 의미도 된다.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이고 시간과 에너지의 분배도 수가 느는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각 아이의 성향과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로서 개별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 제약으로 아이들 중 누군가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박진석 씨는 "같은 시간에 네 아이 모두를 만족시킬 결정을 매번 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을 이해시키고 희생을 강요해야 한다는 게 마음 아프지만 배려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각 가정의 책임이 우선이지만 정부의 다자녀가정 혜택도 보다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윤현주 씨는 "다자녀가정 지원책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에 반영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특히 중학생 이상의 자녀가 있는 경우 혜택이 급격히 줄어들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원비 지원이나 체육활동 참여 기회 확대, 다자녀 할인 등은 저희를 포함한 다자녀가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교육비, 문화활동, 보육 지원 등에서 실질적이고 연속적인 지원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며 주문했다.
부부가 꿈꾸는 가족의 미래는 소소하고 담백하다. 그저 지금처럼 앞으로도 함께 하며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 뿐이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각자의 재능과 관심을 찾아 건강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것, 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배우자 둘 사이 관계는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삶의 작은 기쁨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지냈으면 한다.
박진석·윤현주 부부는 "가정이 곧 삶의 중심이 되고, 서로가 삶의 이유가 되는 그런 공동체로 살아가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가족이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들이 가정을 중심으로 번져나가 공동체,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비춰지길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