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쌤의 리얼스쿨] 거리두기 세대의 성장 보고서

입력 2025-07-29 06:30:00

코로나19 세대 학생들 인내심·공동체 의식 약화
가정에서도 자녀 회복 위한 적극적 관심 가져야

코로나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학생들을 두고 '코로나19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를 맞아 등교 대신 원격 수업으로 학창 시절을 시작했다. 격일, 격주 등교로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조차 충분하지 못한 채 저학년 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이제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학령기 경험은 그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코로나가 학생들에게 남긴 흔적

교사로서 지난 몇 년간 이 세대를 지켜본 결과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는 불편을 참아내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시험 도중 약간의 복통만으로 귀가를 요구하거나, 시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가 있다. 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학생도 적잖다.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냥 참거나 말하지 않는 등 회피형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는 다양한 사람과 부딪히며 사회성을 키워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편한 상황 자체를 회피하려 하기에 갈등을 조율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

둘째는 문해력과 기초학습 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모습이다. 평가 중 어휘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많아졌고, 문제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답안을 작성하는 일도 잦다. 받아쓰기 실력은 초등 1학년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반에서 상위권 학생조차 '값'의 받침을 'ㅽ'으로 쓰고 "받침 순서는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이해 부족이 어른들과의 소통 단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행동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어른의 눈에는 반항처럼 보일 수 있다. 가정에서도 이런 오해로 인해 자녀와 마찰이 잦아졌다.

셋째는 공동체 의식의 약화다. 학생들은 다양한 단체 생활을 통해 협동심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올바른 사회성을 함양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타인과의 접촉이 제한된 경험은 '우리'라는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이 세대의 학생들은 단체 응원, 협동 활동, 체험 학습 등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고, 학급 행사에서의 이탈자나 '자발적 아웃사이더'도 늘었다. 소속감은 약해졌고, 공동체를 위한 배려와 희생은 더욱 낯선 개념이 됐다.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책임져야

이제 약 한달간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이 시기를 계기로 가정에서도 코로나19 세대의 회복을 위한 자녀 교육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 학습 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지만, 학생들의 기초학습까지 일일이 챙기기에는 여건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학령에 맞춘 교과보다, 학생 수준에 맞춘 복습과 기초 다지기가 더 중요하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습 조력자로서 학습에 대한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둘째, 불편을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 일부러 불편한 환경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회피했다면 이제 그 감정에 힘을 불어넣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감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은 일상에서 가능하다. 부모가 함께 불편함을 감내하며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아이에게 큰 배움이 될 수 있다.

그들은 결핍 속에 멈춰 선 아이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 결핍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꾸짖음이 아니라 이해이고, 방임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용기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시점이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세대의 내일은, 오늘 우리가 어떻게 함께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연필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