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직장서 만난 한국 남자 구애로 결혼
한국 온 뒤 남편, 술주정·가정폭력 일삼아
칼부림·스토킹으로 남편 수감 후 이혼…여전히 불안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소리를 낸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박소피아(41·가명) 씨의 부모님은 언제나 서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사랑을 배운 소피아 씨의 단단하고 고운 마음은 가정을 꾸린 이후 온갖 상처를 입게 됐다.
남편을 따라 먼 타국에 와서도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기계처럼 일했다. 남편은 매일 술에 취해 있었고, 가족들에게 헌신하려는 소피아 씨를 이유 없이 '더럽다' 매도하고 의심하며 폭력을 퍼부었다. 끝내 칼부림까지 일삼다 수감된 그와의 결혼생활은 최근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가 언제 출소해 가족들을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소피아 씨는 여전히 불안감을 느낀다.
◆필리핀에서 태어나…직장에서 한국인 남편 만나 가정 꾸려
소피아 씨는 필리핀에서 태어났다. 큰 소리 한 번 난 적 없는 화목한 가정에서 막내딸로 자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컴퓨터 조립, 백화점 판매직, 마사지사 등으로 일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중 소피아 씨가 가장 오래 일했던 직장은 필리핀의 한 마사지 샵이었다. 어느 날 사장의 지인이라는 40대 후반의 한국 남자가 가게 매니저로 들어오게 됐다. 농담도 잘하고 유쾌했던 그는 직원들과 사이 좋게 지냈다. 문제는 그가 소피아 씨에게 구애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소피아 씨는 20살 넘게 차이 나는 잘 모르는 남자와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매니저는 소피아 씨가 마사지사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취했다. 계속 연락을 거부하는 게 신경 쓰였던 소피아 씨는 얼굴을 보자는 그의 연락에 응했다. 오랜만에 만난 남자는 대뜸 결혼하자는 말을 꺼냈다. 소피아 씨가 일자리를 구하러 홍콩으로 떠나야 한다고 거절하자 그는 울면서 소피아 씨를 붙잡았고,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전 부인이 외도를 해 이혼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피아 씨는 사랑 받지 못하며 자란 그가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이렇게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면 한 번 만나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데리고 부모님께 인사를 간 소피아 씨는 가족들의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는 판단에 마음을 열었고, 얼마 뒤 홍콩행을 포기하고 그와 결혼하게 됐다.
두 사람은 필리핀에서 아이 둘을 낳으며 신혼 생활을 보냈다. 남편은 가끔 욱하긴 했지만, 책임감 있고 정 많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0년 전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키우자는 남편의 제안으로 한국으로 이주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는 무직인 채로 매일 같이 술을 마셨고 한량처럼 굴었다. 남편의 감시하에 3년간 외출도 거의 하지 못했던 소피아 씨는 남편에게 용돈을 구걸하며 아는 사람도 없는 한국에서 외롭고 궁핍한 시간을 보냈다.
첫째의 학교 입학 후 단무지 공장에 다니기 시작한 소피아 씨는 남편에게 매달 50만원의 상납금을 요구받았다. 남은 100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엔 너무 빠듯했지만, 집에서 나가라는 협박을 하는 남편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소피아 씨는 남편의 괄시와 비웃음 속에서 아이들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일했다.
◆의처증·가정폭력 일삼는 남편, 칼부림으로 수감
어느 날 잠에서 깬 남편은 갑자기 소피아 씨가 자신의 차로 출근하지 못하게 막았고,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에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면 집에서 나가기를 종용했다. 소피아 씨는 영문 모르게 집에서 쫓겨나 경찰의 도움으로 가정폭력 보호센터에서 며칠을 지냈다.
남편이 이상한 꿈을 꿨다 짐작할 뿐이었다. 남편이 '아내가 칼 들고 아이들을 죽이러 올 것'이라고 학교에 거짓말을 해 아이들을 데려갈 수도 없었다. 결국 소피아 씨는 아이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학교도 못 가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로 더러운 집안에 방치되고 있었다. 남편은 소피아 씨를 보자마자 '남자 만나고 왔냐'고 모욕을 줬다. 이혼하기 위해 병원에 진단서를 떼러 가기도 했지만, 남편과 아는 사이였던 의사는 피해자인 소피아 씨에게 폭력의 책임을 전가하며 아이들이 어리다고 진단서를 떼주지 않았다. 소피아 씨는 힘겹게 하루를 버텨냈다.
남편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한 해에 가정폭력으로 인한 경찰 신고를 4번이나 했을 정도로. 그는 종종 집기를 집어던졌고 칼을 들고 가족들을 다 죽이겠다고 날뛰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하면 언제 날뛰었냐는 듯 금방 자다 일어난 척 연기를 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웠다고 소피아 씨는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회사 야유회에 간 소피아 씨를 통화로 감시하던 남편이 주변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며 칼부림을 했다. 아이들이 날뛰는 아빠를 붙잡아 말리고 경찰이 출동하며 남편은 병원에 응급입원을 하게 됐다. 이후 소피아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월세방을 얻어 지내고 있었다.
이혼 서류에 서명하는 조건으로 병원 퇴원을 바라던 남편은 자신의 건강을 빌미로 소피아 씨를 협박하거나 스스로를 해치면서까지 이혼 소송 일자를 미뤘다. 남편은 경찰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수시로 소피아 씨를 스토킹했고, 결국 지난 5월 수감됐다. 다행히 이혼은 지난주 마무리됐고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데, 소피아 씨는 집 주소를 아는 남편이 형을 짧게 살고 나온 뒤 가족들을 해치러 찾아올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이들은 소피아 씨에게 이제 아빠는 잊고 새로운 삶을 살자고 말했다. 소피아 씨는 소중한 아이들이 문제없이 잘 커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사는 지역을 옮기고 싶다는 소피아 씨는, 3인 가족 생계비도 빠듯한 형편에 이사비를 마련한 돈이 전혀 없다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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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아픈 배우자 걱정뿐인 서창균 씨에 2,754만원 전달
뇌출혈과 치매로 혼자 생활이 어려운 배우자를 홀로 간병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서창균 씨(매일신문 7월 15일 12면 보도)에게 2천754만7천231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조성택 30만원 ▷배정준 5만원 ▷이상준 5만원 ▷하혜련 5만원 ▷조재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서숙영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명숙도움' 3천원 ▷'돕자' 916원 ▷'.' 58원 ▷'김진숙' 3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구 정착한 탈북민 한수인 씨에 2,274만원 성금
어릴 적 북한을 떠나 대구에 정착한 뒤 원인 불명의 심장병으로 고통 받으며 아이들 걱정을 끊임없이 하는 한수인 씨(매일신문 7월 22일 12면 보도)에게 50개 단체, 121명의 독자가 2천274만2천7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토탈인쇄(김창근)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강세진(로지스올) 1만원 ▷노영섭(로지스올) 1만원 ▷박세화(로지스올) 1만원 ▷박정태(로지스올) 1만원 ▷박향숙(로지스올) 1만원 ▷서영규(로지스올) 1만원 ▷손민수(로지스올) 1만원 ▷윤상수(로지스올) 1만원 ▷조미자(로지스올) 1만원 ▷주지연(로지스올)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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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범물동김선우' '21회' '주님사랑' 각 10만원 ▷'노수연-한수인씨에' 5만원 ▷'힘내세요' '힘내세요기도합니다' 각 3만원 ▷'시냇가에심기운나무' '힘내세요...' 각 2만원 ▷'김경희서율' '석희석주' '수민' '이현박경아' '조희수힘내세요' 각 1만원 ▷'힘내요' 7천777원 ▷'돕기' 4천599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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