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 3일차 무대 장식한 대구시립국악단
전통악기의 독주부터 창작곡, 민요, 무용, 사물놀이까지 다채로운 구성
"북유럽 성공적인 첫걸음…역사적인 무대"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섬에 웅장한 한국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쿠레사레 성 야외무대에서 열린 '2025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 3일 차 무대는 대구시립국악단이 장식했다.
한상일 예술감독과 13명의 단원이 함께 준비한 '달구벌의 향. 취(醉)' 공연은 이번 페스티벌에 선보인 작품 중 유일한 국악 공연이다. 이번 공연 역시 빠르게 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대구시립국악단은 이번 무대를 위해 전통악기의 독주부터 창작곡, 민요, 무용, 사물놀이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준비했다. 현지 관객들은 가야금 산조의 리듬에 고개를 까딱이거나 사물놀이의 빠른 박자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등 한국의 전통 소리를 즐겼다.
마레트(에스토니아, 26)씨는 "에스토니아의 민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에스토니아의 민요는 힘차고 강한 소리가 대부분인데 한국의 국악은 서정적이고 엘레강스한 느낌이다"고 감상을 전했다.
공연의 문은 김은주의 가야금 독주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가 열었다. 장구의 반주와 어우러져 여백과 긴장을 오가는 산조의 매력이 무대를 채웠다. 가야금 고유의 미세한 떨림과 깊은 여운을 생생히 전달했다.
이어 박은경의 해금 독주 '적 념'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테마로 한 창작곡으로, 전통 선율과 서양음악의 어법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국악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순주의 '살풀이'는 정화의 의미를 지닌 전통 춤으로, 수건을 쥔 손끝과 절제된 움직임 하나하나가 시처럼 무대를 채웠다.
김복희의 피리 독주 '상령산'은 궁중음악 특유의 장중함으로 흐름을 눌렀고, 이어진 해금과 가야금 이중주 '황토길'은 서로 다른 선율이 교차하며 '삶의 길'을 은유적으로 그려냈다.

소리꾼 김단희가 부른 '몽금포타령'과 '금다래 타령', '사설난봉가'는 구성진 서도 창법으로 관객의 감정을 이끌었다. 양성필 악장의 대금과 한국 무용이 함께 만든 '날개', 그리고 '소고무'의 신나면서도 절제된 몸짓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장 뜨거웠던 장면은 마지막 사물놀이로 꽹과리, 징, 북, 장구가 만들어낸 폭발적인 리듬이 강한 여운을 남겼다. 관객들은 10분간 박수를 치는 것을 넘어서 발로 바닥을 구르며 감동을 표현하기도 했다.
무대가 끝난 후 양성필 대구시립국악단 악장은 "1부에서는 한국의 감성적인 정서와 악기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에 중점을 뒀고, 2부에서는 조금 더 흥을 돋을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시립국악단이 북유럽에 첫걸음을 잘 디딘 것 같다. 오페라 축제의 일환으로 초청됐지만 역사적인 귀한 기회가 된 것 같다"라며 "무대예술을 하는 사람은 관객의 반응이 에너지원인데, 열광적인 반응에 뿌듯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에스토니아 사아레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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