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7일만에 수몰…훼손 우려

입력 2025-07-19 10:43:44 수정 2025-07-19 11:38:11

연이은 폭우에 2년여만에 또 침수
수위 낮추려 댐 수문 설치 계획…빨라야 5년 뒤 준공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울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중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지난 3일 모습. 등재 여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6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연합뉴스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일주일 만에 폭우에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물정보포털에 따르면 울주군 사연댐 수위는 19일 오전 9시 현재 56.19m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로 8m, 세로 4.5m가량(주 암면 기준) 크기인 반구대 암각화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다.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를 기준으로 대곡천을 따라 약 4.5㎞ 상류 지점에 있는데,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댐이어서 큰비로 댐 저수지가 가득 차면 상류 암각화까지 영향을 미친다. 댐 만수위 표고가 해발 60m인데, 암각화는 53∼57m에 자리 잡고 있다.

댐 수위가 53m만 돼도 암각화 부분 침수가 시작되고, 57m가 넘으면 완전히 물에 잠기는 것이다.

최근 울주군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성 호우가 집중되면서 지난 13일 117.8㎜, 14일 59㎜, 17일 123.2㎜ 등 많은 비가 내렸다.

이에 따라 12일 46.96m이던 수위는 15일 49.48m까지 급속도로 올랐다. 비가 주춤했던 16일 49.36m로 소폭 하강했으나, 이후 18일부터 이틀 동안 1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19일 오전 5시를 기해 53m를 넘어섰다.

수자원공사는 평소 사연댐에서 천상정수장으로 보내는 생활용수를 꾸준히 방류해 댐 수위를 낮게 유지하고, 비가 예보되면 공업용수까지 추가로 방류해 수위를 조절하지만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 댐 유입량이 방류량을 크게 웃돌아 댐 수위가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7일 초당 유입량은 31t에 달했지만, 방류량은 4.5t 수준에 그쳤다.

반구대 암각화는 이전에도 침수돼 훼손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당시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8월 1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총 74일간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겼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암각화가 물에 잠긴 날은 연평균 42일이다. 수자원공사가 적극적으로 수위 조절을 하기 이전인 2005년부터 2013년까지는 침수 기간이 연평균 151일에 달한다.

암각화 훼손으로 이어지는 침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2021년 댐 여수로(댐 수위가 일정량 이상일 때 여분의 물을 방류하는 보조 수로)에 수문을 만드는 계획이 수립됐다.

너비 15m, 높이 7.3m의 수문 3개를 설치하면 댐 수위를 암각화보다 낮은 52m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 하반기에 착공하면, 2030년쯤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