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엔진조사 발표 무산…유족 격앙 "신뢰못해"

입력 2025-07-19 16:50:17 수정 2025-07-19 16:53:34

무안공항 현장서 고성 오가며 설명회 결렬
"7개월간 자료요청 외면 뒤 갑작스런 공개"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는 모습.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는 모습.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연합뉴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엔진 정밀조사 결과 발표를 전격 취소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현장에서 진행한 유가족 설명회에서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지며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조위는 이날 오후 3시 권진회 위원장과 이승열 조사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의 엔진 합동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열린 유족들과의 사전 설명회에서 논란이 일자 브리핑을 전격 취소했다.

유족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유진 유가족 대표는 "지난 7개월 동안 사조위에 언론을 통해서도, 사전 질의서를 통해서도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국제 규정을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오늘 갑자기 투명한 사조위가 돼서 공개하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들은 특히 엔진 조사 결과의 구체적 근거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조사 결과에는 '엔진 정밀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나왔지만, 질문을 하니 '현재까지의 결과'라고 답변해 신뢰성에 의문이 생겼다"며 "결론만 설명하고 과정에 대한 근거는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 변호사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보기에 따라서는 죽은 새와 조종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라며 "조사 결과가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면 엄밀하고 표현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데 조심스럽지 않은 내용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프랑스에서 실시한 엔진 정밀조사에 각국 위원과 세계적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며, 해당 조사보고서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관제 기록도 4분 7초 분량만 공개됐을 뿐 사고 전 상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79명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며 "현재도 전국 6개 공항에 둔덕(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설치돼 있어 오늘이라도 제2의 제주항공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족들은 사조위에 유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며 "투명하게 공개되고 다른 자문위원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추락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졌다. 새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조위는 지난 1월 '동체 착륙 후 활주로를 초과해 방위각 시설물과 충돌했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