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후보자 '갑질'로 분열 중인 민주당 보좌진

입력 2025-07-16 18:47:09 수정 2025-07-16 18:55:34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천명에 육박하는 더불어민주당 보좌진의 협의체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민주당 보좌진들이 분열하는 모양새다. 민보협 역대 회장단이 민보협을 대신해 강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수행보좌진협의회(수보협)는 민보협의 각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16일 국회 직원·보좌진들의 익명 커뮤니티 '여의도 대나무숲'에는 강 후보자와 민보협을 판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여의도 대나무숲은 직원 인증을 마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다.

한 작성자는 "의원실 찾아와서 보좌진 처우 개선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뽑아달라고 읍소하던 ○보협 회장님은 뭐하시나요?"라며 "○보협 유명무실하다고 욕 많이 먹었지만, 보좌진 갑질피해 문제까지 입 꾹닫고 있을줄은 몰랐네요. ○보협도 아무 말 못하니까 의원들 신나서 그 의원 편들고 피해 보좌진 2차가해 하고 있는거 아닙니까?"라고 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잘 알지도 못하는 민주진영 유명 인사들, 파워 트위터리안, 수천 팔로워들이 그분을 두둔한다. 한껏 길게 문장을 늘어썼지만 그저 진영논리에 불과하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2차가해로 상처받는 보좌진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민보협을 간접 비판했다.

하루 전 고건민 민보협회장 등 운영진 3명이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만나 보좌진 처우 개선을 요구한 것 외 강 후보자 갑질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자 반발이 심해진 것이다. 민보협 운영진은 "이번에 불거진 문제를 포함한 실질적 보좌진 처우개선 방안마련을 위한 논의 체계를 요구했다"며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실질적 처우개선 방안 마련 및 관철이 중요하다 판단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힘보좌진협의회의 정치공세에 흔들리지 않겠다"고만 했다.

민보협의 이런 반응에 수보협이 먼저 나서 입장문을 냈다. 수보협은 "민보협에서 낸 공지문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이 공지는 피해자 보호도 자정 의지도 책임 추궁도 없이 오로지 조직의 체면을 지키기 위한 면피성 입장문에 불과하다"며 "지금 민보협의 태도는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며 조직의 위신만 지키려는 철지난 정치권 관성의 표본"이라고 했다.

이어 "정말 수많은 보좌진들이 이 공지에 동의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민보협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공적 책임을 지는 단체라면 침묵하는 내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진실을 마주하고, 단호한 청산과 개혁을 선언해야 한다. 그게 없다면 더 이상 보좌진의 이름을 팔지 말라. 민보협은 더 이상 보좌진의 민심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조은희 의원이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조은희 의원이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보협이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자 민보협 역대 회장단이 대신 나서며 수보협을 간접 지원했다. 회장단은 입장문을 내고 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권한을 명분 삼아 권위를 휘두르고,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갑질을 반복한 자가 장관 공직을 맡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후보자의 입장을 존중했고 기대했으나, 청문회 과정에서 확인된 후보자의 입장은 해명이 아닌 거짓 변명에 불과했고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강 후보자는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 후보자는 임기 내 보좌진들에게 본인 집 쓰레기를 대신 버리라고 하거나 자택 변기 수리 등을 지시하는 등 갑질을 일삼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어 보좌진의 임금을 체불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된 사실도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