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자] "직원·영업시간 줄일 대로 줄였죠"…눈물겨운 몸집 줄이기

입력 2025-07-27 16:14:49 수정 2025-07-27 19: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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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경영' 전환, '나 홀로 자영업자' 증가
주문·결제, 서빙까지 '셀프 서비스'로 대체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가 최근 두 달간 20만명 넘게 줄었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 사태 당시 수준인 550만명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보다 적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앞둔 지난 2023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의 중고주방 가구 매장 모습. 연합뉴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가 최근 두 달간 20만명 넘게 줄었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 사태 당시 수준인 550만명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보다 적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앞둔 지난 2023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의 중고주방 가구 매장 모습. 연합뉴스

"요즘은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요. 덥다가 폭우가 쏟아지더니 또 무더위가 오고…장사 흐름을 이어갈 수가 없다니깐…."

소상공인들의 고충이 날로 커지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경기 부진이 길어지는 와중에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자금 부담이 급격히 커진 탓이다. 자영업자들은 저마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력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식이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지역 산업계에선 인건비 부담에 더해 주 4.5일제 시행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출 확대를 감수하면서 사업 규모를 유지할 바에야 사업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직원 수 줄이고 마감시간 당기고

대구 남구 분식집에서 만난 점주 이모(49) 씨는 "수익구조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불경기로 매출이 저조한 가운데 인건비, 배달비 등으로 지출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씨가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한 달에 약 700만원. 매출의 45%가량을 차지한다.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건비 비중 20~25%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20원으로 290원 오르는 데 따라 이씨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이씨는 이미 직원 수를 대폭 줄였다. 근무시간도 조정했다. 처음 직원 8명을 두고 장사를 시작한 이씨는 지난 2023년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아내에게 가게 일을 거들도록 했다. 얼마 전부터는 직원들 근무시간을 오후 7시까지로 1시간 당기고, 남은 일을 혼자 처리하고 있다.

이씨는 "당장 직원 수를 더 줄이진 않겠지만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긴 하다. 직장인들이 예전처럼 회식도 하지 않는 마당에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 자영업자는 견디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음식 가격을 조정하기도 힘들다. 친숙한 메뉴일수록 가격 인상이 소비자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씨는 "일단은 마진이 줄더라도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세 사업장은 무인화도 남 얘기

이씨처럼 직원 수를 줄이면서 '가족경영 체제'로 전환하거나 직원 없이 일하는 '나 홀로 사장'도 늘어나고 있다. 외식업계에 보편화된 '브레이크 타임'(중간 휴게시간)도 인건비를 줄일 목적으로 도입한 곳이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손님이 식·음료 등을 직접 나르는 '셀프 서비스'를 늘리고 주문·결제 수단을 '키오스크'로 대체하는 매장도 급증했다. 무인 주문기인 키오스크와 '테이블 오더'가 단순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모양새다. 영세 자영업자 사이에선 기기를 설치·유지하는 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폐업 시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어 무인 주문기를 쓰기도 쉽지 않다는 푸념이 나온다.

이씨는 "아직은 키오스크를 도입해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가게가 그리 원만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여러 가게에서 일해야 생계비를 마련할 수 있으니 시급을 조금 낮추더라도 근무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직원도 많다. 제도 여파로 일어나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무조건적으로 올리지 말고 사업장 여건에 맞춰 협의를 통해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구인난·생산성 저하 우려

중소기업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시행으로 근로시간 단축에도 임금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 인력 추가, 특근수당 지급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제조 현장도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예전처럼 일주일 내내 생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근로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미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데, 인건비 부담을 감수한다고 해도 구인 자체가 힘들다"면서 "주 4.5일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차 부품을 주력으로 하는 B사 대표는 "인력을 늘리는 것보다 차라리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면서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고정비가 급속히 올라 영업이익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스마트 팩토리'를 비롯한 자동화 시스템은 비용 문턱이 높고, 운영 인력도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대구의 스타트업 C사 대표는 "재택근무를 도입해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근무시간이 짧아지면 현재 유지하고 있는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서로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이 더 많아야 하는데 지역에서 알맞은 인력을 구하기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