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막고, 경제를 묶고'…트럼프 반이민 드라이브의 역풍

입력 2025-07-11 16:52:45

미등록 이민자 1,370만 명·GDP 15% 산업 직격탄'… 트럼프 2기 충격
"경제성장 둔화 원인 중 하나는 이민정책" 연준 의장 발언 파장
노동력 차단한 강경책…건설·농업·외식업 '인력난' 심화
한국도 저출생 시대… 이민정책 설계에 시사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불법 이민자 체포와 추방에 반발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 속에 주방위군에 이어 해병대까지 투입까지 했지만 사태는 오히려 더 격렬해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LA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한 시위 참가자가 태극기를 든 채 LA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불법 이민자 체포와 추방에 반발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 속에 주방위군에 이어 해병대까지 투입까지 했지만 사태는 오히려 더 격렬해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LA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한 시위 참가자가 태극기를 든 채 LA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노동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농업과 건설업, 외식업 등에서 인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이 미국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2기 반이민 정책…국경 통제, 시민권 제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미국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간한 '트럼프 2기 이민정책의 노동시장 영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총 16건의 이민 관련 행정조치를 발표하며 국경 통제, 시민권 제한, 입국 금지 등을 단행했다.

이번 정책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멕시코 국경의 물리적 차단, 미등록 이민자의 전면 추방, 난민 수용 중단, 복지 차단 등을 포함하는 초강경 기조다. 실제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 통과 시도는 올해 들어 월평균 1만2천 건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 당시보다 9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대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과 구금은 급격히 늘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구석에 놓여있는 더 저렴한 달걀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는 위축된 양상이다. 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구석에 놓여있는 더 저렴한 달걀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는 위축된 양상이다. 연합뉴스

◆농림축산업·건설업·숙박음식점업…외국인 의존 업종 타격

그러나 문제는 경제 전반에 걸쳐 불거지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3년 기준 18.9%(3천138만 명)이며, 이중 이민 근로자 비중은 8.4%(1천400만 명)로 나타났으며, 농림축산업(26.8%), 건설업(26.7%), 숙박음식점업(22.2%) 등의 분야는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등록 이민자는 1천100만~1천37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800만 명이 미국 내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 분야의 분류·선별 노동자의 39%, 작물 수확자의 29%가 미등록 이민자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단속은 수확기 인력 부족, 건설 지연, 외식업 인건비 상승 등 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KIEP 보고서는 "2008~2023년 산업별 신규 이민자 수와 구인 비율 간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력 공급이 부족할수록 외국인 유입이 많았고, 이민 근로자는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책은 이 같은 완충 장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LA 근교 히스패닉계 이민자 거주 지역에서 이민세관단속국 무장 요원들이 한 남성을 연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LA 근교 히스패닉계 이민자 거주 지역에서 이민세관단속국 무장 요원들이 한 남성을 연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반이민 정책, 경제성장 둔화 원인 중 하나"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달 24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미국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건설·숙박·농업은 미국 GDP의 15%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으로, 이들 업종의 노동력 부족은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 역시 분열됐다. 지난달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7%가 부정적, 4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78%는 찬성했지만, 민주당 지지자의 81%는 반대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 단속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군이 투입되자, 대규모 추방에 대한 지지도는 3월 43%에서 6월 33%로 하락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는 한국에도 이번 사례가 주는 함의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팬데믹 이후 노동 공급이 줄고 있으며,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산업별·업종별·지역별 인력 부족이 심화할 우려가 높다. 외국인력 유입은 이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방안이지만, 사회적 수용성과 통합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