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사회는 비혼(非婚)의 증가와 출산율 저하로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지방도시의 인구감소는 도시의 쇠퇴와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구감소와 쇠퇴를 겪고 있는 도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기의 개발수요에 맞추어 건설된 주택과 인프라가 여전히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처방 중 하나가 축소도시(shrinking city)다. 축소도시의 정책목표는 물리적 도시 규모의 적정화와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공급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축소도시는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도시가 과거 성장기의 패턴대로 외연적 확산을 계속 추구할 것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축소 지향적 도시공간구조와 도시개발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대두되었다. 따라서 축소도시는 인구감소에 부응하여 도시 규모의 적정화, 공공서비스의 재배치, 압축적인 도시개발을 통해 시민들의 편리성과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유지관리비용도 줄일 수 있는 도시개발과 관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지방도시들은 인구의 감소뿐만 아니라, 젊은 노동력의 유출과 인구의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과거 성장기의 패턴대로 도시의 외연적 확산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스마트하고 편리한 축소도시로 변신해야 한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중소도시에서는 원도심이나 구도심의 공동화(空洞化)가 문제다. 따라서 인구의 감소와 산업의 쇠퇴에 따른 고용 감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도심 공동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도시의 성장과 쇠퇴를 경험했고, 특히 미국 도시들은 일찍이 교외화와 도심 공동화를 경험했으며, 젠트리피케이션도 경험했다. 이런 이유로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이라는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思潮)도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와 고용의 감소에 따른 도심 공동화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도시공간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많은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도시정비사업(주택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 등)이나 도시재생사업을 축소도시 정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공급을 위해 공공시설의 재배치와 함께 공공서비스의 전달체계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예컨대 다른 행정구역과 공공서비스 공동이용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근린생활권 단위의 도시계획을 강화해서 인구가 소멸하는 소지역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compact city),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지향형 개발(TOD: Transit-Oriented Development)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다 인구의 감소와 산업의 쇠퇴가 일어나는 도시는 도시기본계획 수립단계부터 축소도시 정책을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턱대고 과거의 관성대로 도시의 성장을 전제로 도시공간의 확장과 신규 택지개발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도시공간을 압축적으로 개발하고 주택 재개발(재건축)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택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일반적으로 모든 주택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의 상향을 통해 사업의 수익성과 추진동력을 확보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주택 재개발(재건축)이 있을 때마다 용적률 상향을 통해 사업의 수익성과 추진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 장기적 안목으로 고민해야 한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주택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도 없고, 구도심이나 도심 인근지역에 있는 각종 공공시설이나 군부대를 이전해서 새로운 개발 용지를 확보하면 더더욱 주택 재개발(재건축)은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비용도 많이 드는 주택 재개발(재건축)사업보다는 신규 택지개발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추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노후 단독주택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빈집 문제가 앞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속단할 수 없다. 눈앞에 닥친 현상만 보고 다가오는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도시계획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축소도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지방도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인구 증가를 목표로 하고 이를 전제로 수립되는 도시계획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많은 도시가 직면한 과제는 경쟁력 있는 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고, 그 중심에 축소도시 전략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제 개별 도시마다 축소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준비할 때다.
윤대식(영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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