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청어·정어리 등 난류성 어종들 많이 잡히지만 죄다 사료·거름행
오징어 위판 늘었어도 소비자가격은 큰 변동 없어
"이랬다가 저랬다가 바다는 참 알 수가 없네요."
9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어밤 조업에 나섰던 A(51) 씨는 배 창고 가득 들어찬 물고기를 퍼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고등어나 정어리 등 높은 수온에서 잡히는 난류성 어종들이 태반이다.
'너무 많아 그물이 찢어질 정도'라며 농담을 건네기는 했지만, A씨의 얼굴 어디에도 만선의 기쁨은 찾아보기 힘들다.
크기가 너무 작거나, 살이 푸석푸석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탓에 이날 잡은 물고기는 대부분 가축사료용이나 퇴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A씨는 "고등어 한 상자를 팔면 1만원선이 나오는데 기름값이나 상자값도 안 된다"며 "친구들에게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안 가져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경북 포항지역 어민들이 매일 만선(물고기를 가득 잡아 배에 싣는 행위)을 거두고도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높은 수온에 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이 평소보다 많이 잡히고 있지만, 상품가치가 없어 몽땅 가축사료로 쓰이는 탓이다.
그나마 예년보다 많이 잡히며 효자노릇을 하던 오징어도 서서히 수온이 올라가며 이제는 끝물로 접어들고 있다.
포항시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주요 어종별 어획 동향을 보면 지난해 2만3천478㎏에 비해 올해 1만6천879㎏으로 전체 물고기 어획량이 39%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생산 수량이 늘고 있지만 도루묵과 꽁치처럼 추운 바다에 사는 대표 한류성 어종들의 생산 감소가 너무 가파르다.
도루묵은 지난해 851㎏에서 올해 60㎏(-1천318%), 꽁치는 192㎏에서 8㎏(-2천300%)나 줄었다.
다행히 같은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지난해 30만6천285㎏에서 올해 48만9천240㎏으로 37%가량 증가했지만, 이마저도 예년 평균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량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이맘때 오징어 어획량은 예전 수준으로, 봄가을철 오징어 어획량이 워낙 감소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것"이라면서 "오징어가 좋아하는 수온대가 15도 전후인데 마침 동해 연안에 냉수대가 형성됐고, 현재는 어군이 서서히 북상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어업 현장에 많이 잡힌다는 고등어 역시 포항시 집계 결과 지난해 상반기 136만8천420㎏에서 올해 64만8천41㎏으로 오히려 111%나 어획량이 감소했다.
난류성 어종들이 잡히고 있지만, 상품가치가 없어 정식 위판 대신 개인적으로 판매하거나 사료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전체 조업량이 늘어도 국내 유통에 적합한 중대형 고등어는 오히려 부족해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보다 36%가량 인상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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