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수용] 사라지는 주유소

입력 2025-07-08 20:11:48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40년 전 한 신문에 '주유소 부족' 기사가 실렸다. 자동차는 매년 급증하는데 주유소는 허가제에 묶여 제자리라는 주제다. 2~3㎞ 떨어진 주유소를 찾아 헤매고, 신흥 개발 지역엔 주유소가 아예 없어 운전자들이 기름이 떨어질까 봐 불안해한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빌딩 숲을 이룬 여의도에 주유소가 2곳뿐이라는 내용은 믿기 힘들 정도다. 당시 주유소 신설은 허가제였다. 특히 서울시는 1976년 이후 주유소 신설을 억제했다고 한다.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시도 당시 동력자원부에 도심 지역 신규 허가와 주유소 간 거리 제한 완화 등을 건의했는데,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상황은 전국적으로 비슷했다. 주유소 사장은 지역 유지(有志)였다. 현금을 자루에 담아 가져가고, 하루가 멀다고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는 입소문이 파다했다. 학교 육성회장도 주유소 사장 몫이었다.

10년쯤 뒤 세상이 바뀌었다. 주유소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고, 거리 제한도 사라졌다. 우후죽순처럼 주유소가 생겨났다. 1980년 1천465개이던 주유소가 2010년 1만3천여 개에 달했다. 출혈경쟁의 신호탄이 울렸다. 기름 넣을 때 도장을 찍어 주고 개수에 따라 생수, 라면, 쌀을 줬다. 수백만원짜리 경품(景品)도 내걸렸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인건비조차 부담스러워지자 1992년 셀프 주유소가 처음 등장했다. 급기야 주유업계는 2010년 정부에 주유소도 당시 택시처럼 총량제로 관리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도시 규모와 자동차 등록 대수에 비례해 적정 규모의 주유소만 유지하게 해 달라는 얘기인데, 쉽게 말하자면 다시 허가제 시절로 돌아가자는 뜻이었다.

경쟁에서 밀려난 주유소는 하나둘 문을 닫았다. 15년간 2천500곳 정도가 사라지면서 올해 6월 말 기준 1만528곳이 됐다. 감소세는 갈수록 가파르다. 최근 6년 반 동안만 1천 곳 가까이 문을 닫았다. 1991년 18%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2023년 1.7%로 급전직하(急轉直下)했다. 알뜰 주유소 확산에다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비율도 10%를 넘기면서 수익성은 갈수록 더 떨어질 전망이다. 토양조사와 지하 탱크 제거 등 폐업 비용이 1억원에 달해 흉물로 남겨지는 경우도 많다. 한 세대쯤 지나면 거리에 넘쳐 나던 주유소는 기록영화처럼 빛바랜 이미지로 남을 듯하다.

ks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