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람이 저러냐"는 말에…딸의 용기 있는 증언
지난해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대형 항공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한 유족이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심경을 털어놨다. 참사 이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유족의 기억은 여전히 사고 당일에서 멈춰 있었다.
7일 밤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스테이'에는 '땅콩과자'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한 여성이 등장했다. 그는 자신을 "작년 비행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딸"이라고 소개하며 "이야기하지 않으면 시간이 멈춰 버릴 것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는 방송 중 "사고가 사람들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는 게 가장 괴롭다"며 "무언가가 정리되어 끝난 게 아니라, 그냥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그 마음을 담아 쓴 편지를 읽었는데, 일부 댓글에 '저게 슬퍼하는 사람인가', '쇼를 하고 있다'는 말을 봤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해당 유족은 지난 1월 18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도 단상에 올라 아버지를 향한 편지를 낭독한 바 있다. 당시 그녀는 "여행 전날, 손녀가 보고 싶다며 놀러 오라고 하셨던 통화가 마지막일 줄 알았다"며 오열했다.
방송에서 그는 아버지를 "항상 저를 공주라 부르던 다정한 분"으로 기억했다. "제가 삼십대 중반인데도 밤늦게 귀가하면 마중을 나오셨고, 손녀를 유독 예뻐하셔서 하루도 빠짐없이 영상통화를 하셨다"고 말했다. 마지막 통화는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였고, 당시 아버지는 손녀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출국 일정 때문에 만남을 미뤘다고 했다.
며칠 뒤, 그는 평소처럼 직장에서 업무를 보던 중 사고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으셨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기사에서 확인한 탑승객 명단에 아버지의 이름이 실린 것을 보고 참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두 명이 구조됐다는 뉴스를 보고 그 중에 아빠가 있을까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결국 전원 사망이라는 보도를 보고, 차라리 고통이 짧으셨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매일 후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무엇을 하려고 하면 무기력해지고, 유족으로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누군가는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말을 한다"며 "방송에 나오는 것도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멈춰버릴까 봐"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하며 인근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유족들은 지속적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항공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현재까지 전체 12단계 중 절반가량의 절차를 진행한 상태다. 경찰은 제주항공 및 관제탑, 무안공항 운영 주체, 국토부 산하기관 관계자 등 약 50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이 중 24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족들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당국에 블랙박스 기록과 엔진 손상 부위 등 핵심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도 유족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조사위원회는 국토부로부터 독립해 투명한 조사를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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