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개설 시 사전심의 의무화…도심 병원 설립 제동 걸리나

입력 2025-07-02 11:48:34

대구 전지역 '병상 공급제한 지역' 설정…병원 신설·확장 어려울 듯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병상을 밀며 이동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병상을 밀며 이동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차 의료기관인 병원 신규 개설을 위해서는 사전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등 개설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특히 병상 공급 제한지역으로 분류된 대구의 경우 병원 설립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사전 심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이 지난달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병상 과잉공급 문제 해소와 지역별 의료 자원의 균형있는 배치를 유도하기 위해 시행된 이번 조치의 핵심 중 하나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시설, 인력 등 법정기준을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심의도 통과해야 한다.

새로 도입된 시도 의료기관개설위는 해당 지역의 병상 수급 현황, 의료 이용 패턴, 인구 구조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규 병원 설립의 타당성을 심사한다. 이는 단순히 법적 요건만 따지는 게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의료 시스템 안에서 해당 병원의 필요성과 역할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지부는 "특정 지역에 병상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불필요한 의료 경쟁을 유발하고, 정작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며 "이번 조치는 무분별한 병상 증가를 억제하고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서 대구 시내 병원 신·증설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복지부의 병상수급관리계획에 따르면 대구 전역(대구 동북·대구 서남)이 병상 공급제한지역으로 분류돼 이전부터도 신규 개설이 어려웠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됐다.

여기에 더해 복지부에서 세부 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아 심의를 해야 하는 지자체가 심의위원회를 열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차 병원급 의료기관 중 종합병원은 신·증설을 할 때 지자체 사전 심의 전에 의료기관 개설의 승인을 시·도지사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청해야 한다. 문제는 승인과 연동해 지자체에서 해야 할 업무 지침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관련 법 시행 전후로 병원 신·증설에 대한 문의가 10곳 이상 왔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부처가 법 시행과 관련된 지침을 명확히 주지 않고 있어 병원 신·증설과 관련해 한동안 혼선이 빚어질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의료계는 병상 과잉공급 지역은 원칙적으로 병원 신·증설이 제한되지만 ▷중증외상 ▷중환자실 ▷응급의료 ▷분만 ▷소아진료 ▷심뇌혈관 등 필수 분야의 신·증설은 예외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