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떠나는 심우정 검찰총장…"시한·결론 정해놓고 개혁 땐 부작용"

입력 2025-07-01 17:22:39 수정 2025-07-01 19:47:27

李정부 검찰 개혁 우려 표명
檢 수사·기소 분리 공약에 더는 직 수행하기 어렵다 판단
심 총장 " 심도깊은 논의 거쳐 국민 위한 형사사법제도 만들어져야"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우정 검찰총장이 1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심 총장은 이날 200여자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저는 오늘 검찰총장의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는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계,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총장은 전날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16일 임기를 시작한 지 9개월여 만이다.

심 총장은 이재명 정부가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뼈대로 한 검찰개혁을 공약한 만큼 더는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최측근인 5선 국회의원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대표적 기획통 출신 봉욱 민정수석비서관이 검찰 개혁을 이끌 '투톱'으로 낙점된 가운데 임기 2년을 마치지 못하고 전격 퇴진을 결정한 것이다.

심 총장의 사퇴설은 검찰 내부에서는 지난달부터 알려져 왔다. 심 총장은 당시 오광수 민정수석이 임명되고 후속 인사로 법무부 차관 인사가 이뤄지면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의중을 주변에 피력했다. 하지만 오 수석이 부동산 의혹과 차명 대출 의혹으로 결국 낙마하면서 사의 표명 시점이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새 법무차관이 취임한 당일에 당초 의중대로 사의를 밝힌 것이다.

심 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취임 9개월여 만에 사퇴하면서 1988년 12월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시행된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16번째 중도 퇴임 총장이 됐다. 앞서 김오수 전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채동욱 전 총장은 혼외 아들 의혹으로 각각 중도 퇴진했다. 김준규·한상대·김수남 전 총장 등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심 총장의 퇴임식은 2일 대검찰청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