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 막아라" 대구 섬유·車부품 업계 대책 마련 분주

입력 2025-06-29 16:12:47 수정 2025-06-29 20:47:38

유니폼 벗고 반팔티·반바지 '더위와 사투'
기계 열기·외부 복사열 '찜통'…열효율 문제로 에어컨 못 켜
소형 냉방기·냉방조끼 지원…시원한 간식·충분한 휴식도
지난해 온열 재해 51건 최다…노동부 "안전 수칙 감독 강화"

지난 27일 오후 대구성서산업단지 내 한 섬유공장 반팔티·반바지 차림의 근로자가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왼쪽). 같은 날 한 부품사 공장에서 선풍기 앞에 선 근로자가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지난 27일 오후 대구성서산업단지 내 한 섬유공장 반팔티·반바지 차림의 근로자가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왼쪽). 같은 날 한 부품사 공장에서 선풍기 앞에 선 근로자가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30℃를 웃도는 때 이른 무더위에 대구 지역 산업현장이 혹서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7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한 섬유기업 공장 내부는 외부에 비해 더 후덥지근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방직 기계에 외부 복사열까지 더해져 기온이 상승한 탓이다.

근로자들은 유니폼을 벗고 반팔티에 반바지 차림이 대다수였다. 일부 직원들은 민소매 상의를 입은 채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근로자는 "벌써 너무 더워서 긴팔 작업복을 입고 일하기 어렵다. 가벼운 차림으로 업무를 해도 땀에 금방 젖는다. 여름이 가장 힘든 계절"이라고 했다.

해당 공장을 운영하는 대표 박모씨는 "열효율 문제 때문에 에어컨을 도입하기 힘든 구조"라며 "소형 냉방기기를 곳곳에 배치하고 아이스크림, 수박 등 시원한 간식을 넉넉하게 주려고 한다.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줘서 온열 질환을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자동차부품사 역시 지난 5월부터 소형 냉방기기를 돌리고 있다. 고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프레스 기기를 다루는 근로자들을 위해 냉방조끼도 구비해뒀다.

부품사 대표는 "안전보건공단에서 건강일터조성 지원사업 일환으로 이동식에어컨 구매비를 지원해줘서 최근 냉방기를 더 구매했다. 그래도 여름에는 산업현장에서 더위를 피하는 건 힘들다"면서 "직원들의 건강을 고려해 공조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총 57건이 신청돼 51건이 승인되면서 신청·승인 모두 10년 내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23일부터 건설·조선·물류 등 폭염 고위험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폭염안전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지도·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부여' 지도·감독을 실시하고, 특히 폭염 취약 근로자에게 이동식 에어컨 등 온열질환 예방장비를 조속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및 사고사망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인 '물, 그늘(바람), 휴식' 이행이 중요하며, '폭염재난예방 대책설비 지원'은 3대 수칙 이행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