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고리1호기 해체…500조 글로벌 해체시장 진출 기회

입력 2025-06-27 16:11:56

원안위, 한국 첫 원전 해체 결정…1조원 투입해 12년간 해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의 교두보 마련기회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1호기(오른쪽 첫 번째)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1호기(오른쪽 첫 번째) 모습. 연합뉴스

K-원전이 고리원전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총 5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으로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6일 제216회 회의를 열고 고리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첫 가동을 시작한 국내 첫 상업 원전이다. 설계용량 595메가와트(MWe)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가압경수로형으로 운영됐다. 39년간 국내 곳곳에 전기를 공급해왔다.

2007년 한 차례 수명이 연장됐지만 2015년 영구 정지가 결정됐고, 2년후 영구 정지에 들어가 8년만에 최종 해체 승인이 결정됐다.

이번 해체 승인으로 K-원전이 해외 기술로 원전을 도입한 후 한국형 원전 건설·운영에 성공한 데 이어 우리 기술로 해체까지 진행하게 됐다. 원전 관련 설계-건설-운영-해체-처리 등 생애 전주기를 산업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총 5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기회가 됐다.

◆ 1조713억원 투입…12년간 해체

원전 해체는 영구 정지된 원전 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고 해당 부지의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는 활동을 말한다.

한수원은 향후 12년에 걸쳐 고리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할 계획이다. 해체사업은 해체 준비→주요 설비 제거 → 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의 순으로 추진된다.

한수원은 다음달부터 터빈건물 내 설비부터 순차적으로 해체 작업에 착수한다.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반출를 완료한 후 2035년 부지복원에 착수해 2037년 해체를 종료할 계획이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5월부터 해체 승인 사전 작업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총 해체 비용은 1조713억원으로 추산된다.한수원은 원전 해체 비용으로 지난해 기준 9천647억원을 적립해 뒀다.

◆500조 원전 해체 시장 진출 기회

그동안 K-원전은 건설,운영에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때문에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체코까지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이제 원전 해체 분야까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원전 해체는 매우 높은 안전성과 고단도 제염 기술 등이 요구된다. 따라서 해체 능력이 검증되면 '블루오션'인 원전 해체 시장 진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22개국 215기 원전이 영구 정지된 상태로 해체를 기다리고 있다. 향후 2050년까지 총 588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할 것으로 파악된다.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500조원으로 추정된다.

원안위에 따르면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미국(20기), 독일(3기), 일본(1기),스위스( 1기)등 4개국 25기에 그친다. 특히 상업용 대형 원전을 해체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연구를 위한 소형 원형로 혹은 실증로를 해체한 경우다.

따라서 고리 1호기 해체에 성공하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으로 진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 핵심 기술 96개를 확보한 상태다. 한수원이 해체시설 구조적 안전진단 등 58개 기술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38개 기술을 보유 중이다. 전문인력도 599명 육성했고, 원전 해체 기술 고도화와 실증도 계속 진행중이다.

하지만 원전 해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핵심기술에 대한 실력 입증과 함께 실증 경험을 축적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국내 해체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