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시] 전기웅 '화분에 사람을 심다'

입력 2025-07-28 06:30:00

서정문학 작가협회 부회장, 형상시 창작원 편집국장
대구 문인협회 간사, 대구 시인협회 회원

전기웅 시인의
전기웅 시인의 '화분에 사람을 심다' 관련 이미지

〈화분에 사람을 심다〉

조심스레 봄을 심는다

화려한 색도

눈길 끄는 모양새도 없지만

길가에서 데려온

작은 야생화 한 포기

간밤 진눈깨비에 젖어

몸이 안개처럼 흐려졌지만

화분에 옮겨 담으니

더 따뜻한 숨결이 된다

무심한 바람이 스쳐 가도

고개 들어 햇살을 쫓는 너

그 모습을 보며

소박한 내일을 꿈꾼다

삶이 가끔

설익은 산문처럼 느껴져도

지루하고 울퉁불퉁한 리듬이라 해도

괜찮다고

작은 기쁨 하나에도

귀 기울일 수 있다면

하나의 식탁에 둘러앉은 얼굴들이

서로의 봄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오늘은 참 이상하게도

사람이

꽃으로 보이는 날이다.

전기웅 시인
전기웅 시인

<시작 노트>

붓질 한 번에 봄의 벚꽃, 손끝에서 흩어진 사랑을 여름의 해바라기, 지평선 너머 그리움을 가을의 국화, 쓸쓸한 기억을 겨울 동백, 얼어붙은 침묵을 담아내고 싶었다. 내가 그리는 꽃들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가시처럼 돋아난 상처와 그 사이로 스며든 햇살과 시간에 깎여나간 마음이거나, 흔적들이다. 그 꽃들 속에 내 인생을 함께 담아 그린 한 폭의 그림 내 마음의 꽃으로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