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문제 제기·일부 사직전공의 '패싱' 등이 원인으로 분석
전공의들 동요…"책임 다해야"·"새 판 짜야" 목소리 분분
의정갈등 시작부터 전공의들을 대표해왔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사퇴의 뜻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각 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공지와 그가 자주 의견을 표명해 온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 지난 1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 했으나 실망만 안겼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정부 바뀐 이후 목소리 안 내"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자신을 둘러싼 리더십 논란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위원장이 대선 이후 대외적으로 의정갈등 해결에 대한 어떠한 목소리나 행동을 제기하지 않고 있었기에 전공의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돼 왔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자신 페이스북에 사직 전공의들의 인터뷰가 실린 한 일간지의 기사 링크를 걸어두고 "일 년 반을 함께 고생했던 동료이자 친구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끝내 한 마디 설명도 듣지 못했다"는 말을 남겼다.
이 일간지 기사에서 인터뷰에 응한 사직 전공의들은 "박 위원장이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본인 의견 위주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며 "전공의 의견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박 위원장을 '패싱'한 채 복귀를 위한 자체 설문을 하고 정치권 접촉에 나서기도 했다.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인 김찬규 씨를 포함한 전공의 30여명은 최근 박 위원장을 향한 성명에서 "지금 대전협의 의사소통 구조는 누군가가 보기에는, 우리가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지금처럼 끝내 자기 만족적인 메타포(은유)와 제한된 소통만을 고수하며 희생을 늘려간다면 다음이 있을 수 있을까"라고 소통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 전공의들 동요 중…"무책임" vs "새 판 짜야"
박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에 전공의들은 동요하는 모양새다. 사퇴 소식을 알린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에는 다양한 분야의 이용자들이 "현 상황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사퇴를 재고해달라"는 답글을 달고 있다.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등 5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박 위원장의 사퇴 소식에 "도망가는 거냐", "마지막까지 책임지지 않았다"는 등 날 선 반응이 나왔다.
대구 지역의 한 사직 전공의는 "박 위원장이 그동안 감당해야 했던 부담과 희생을 생각하면 힘들었던 부분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사퇴하는 것은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사퇴를 재고하고 끝까지 책임을 다 해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박 위원장의 사퇴를 통해 복귀를 위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이 사퇴를 밝힌 이날, 고려대의료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는 정부에 "의료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도 이날 "이제는 전쟁에서 진격할 장수가 아닌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외교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곧 대전협 임총…내부갈등 심화도 우려
갑작스러운 리더십 부재로 전공의 내부의 갈등이 격화하거나, 조직을 정비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는 조만간 대전협이 임시총회(임총)를 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임총 발의안에 대해 전공의 대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임총이 개최된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전공의 내부 단톡방 등에서 새로운 전공의 비대위원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당장 대표 자리가 비어있으니 대표하겠다는 사람들이 다수 생기게 되면 우리끼리 또 싸우다가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닐까 걱정"이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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