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 13개 시설 1,107명 인권침해 공식 인정
"수용자 3만8천명 중 1.7%만 인정"…조사기간·방식 개선 필요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등 국가가 동원한 강제수용과 인권침해의 실체가 밝혀졌지만, 피해자의 1.7%만이 진실규명을 인정받았다. 피해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 배·보상 법제화 역시 지연되고 있어 법적·도의적 책임 이행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곳 시설 1천107명 진술 규명 '신청 중심의 한계'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슈와 논점: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의 입법 쟁점' 보고서를 통해 "국가 권력의 직·간접적 개입이 확인된 만큼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사과와 보상 조치를 위한 입법 논의가 절실하다"고 23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20년 12월 출범해 올해 5월까지 4년간 조사한 결과, 형제복지원(643명), 선감학원(230명), 영화숙·재생원(181명) 등 13곳 시설에서 총 1천107명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형제복지원의 전체 수용자가 약 3만8천5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진실규명 대상은 전체의 1.67%에 불과하다.
특히 유엔고문방지위원회는 2024년 한국 정부에 대해 "공식 진정 없이도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으며, 보고서는 '신청 중심' 구조의 조사방식에서 벗어나 직권·전수조사를 확대하고 피해자의 참여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보상 관련 입법 쟁점…"적극적 논의 필요"
배·보상 문제도 큰 쟁점이다. 현재까지는 별도 법률 없이 민법과 국가배상법에 따라 소송을 통해 배상이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 3월 27일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수용 1년당 8천만 원'의 국가배상 책임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피해자 개개인이 장기 소송을 감내해야 하는 한계와 불균형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소송 없이도 피해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별도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입법 방향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방안이 논의된다. 우선 과거사정리법에 보상 조항을 신설해 모든 과거사 피해자에게 일괄 적용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사건별로 특별법을 제정해 각각의 상황에 맞는 규정을 마련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집단수용시설 피해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지난 2023년 "사건별 구체적 사정이 상이하여 일괄 입법은 곤란하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보상방식과 관련해서도 쟁점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피해액은 증거에 따른 개별 산정이 원칙이지만, 제주 4·3사건법처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일률적·균등 보상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 경우 피해자 간 형평성은 확보되나 '하향평준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보상금을 수령한 피해자에 대해 국가배상청구권 포기를 전제로 '재판상 화해' 간주 여부도 쟁점이다. 이는 헌법상 권리를 제한할 수 있어, 위헌 논란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보상금 소멸시효 특례 적용 ▷증거 완화 인정 제도 ▷피해자의 절차 참여 확대 등도 입법 설계에서 함께 고려돼야 할 요소로 언급된다.
지방정부 차원의 조례도 일부 시행되고 있다. 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일회성 위로금 500만원, 월 생활비 20만원 등을 지원하며, 부산시, 충청남도 등도 의료비·심리치료 등의 지원 조례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거주지역 및 특정 사건에만 국한돼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 말미에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과 법원의 판결을 통해 국가 책임이 확인됐다"며 "피해자에게 정당한 배·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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