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덕의 밀리터리 뉴스] 이스라엘의 'AI 알고리즘 공습'이 바꾼 전장의 판도

입력 2025-06-22 15:45:10 수정 2025-06-22 20:18:23

AI로 표적 식별…'디지털 킬 체인' 실전 적용
사이버 공격 선행 후 동시다발 참수 작전
자율살상무기 규범 제정 목소리 커져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인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e)'이 요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일어서는 사자 작전(Operation Rising Lion)'을 통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상호 교전을 이어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공

최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기존 군사작전의 개념을 근본부터 바꿔놓으며 'AI(인공지능) 주도 전쟁'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병력 충돌이나 정밀유도무기 투사를 넘어 AI 알고리즘과 사이버 공격이 작전의 핵심에 자리 잡은 '알고리즘 기반 전쟁'이 현실화된 것이다. 정보 수집부터 표적 식별, 타격 제안, 피해 평가까지 전장의 모든 흐름이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의 속도로 움직였다.

이스라엘군은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AI 플랫폼 '고담'을 기반으로 위성 영상, 통신 감청, 드론 영상, 오픈소스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가치 표적(HVTs)을 식별하고 작전 타이밍을 제안하는 알고리즘 기반 '디지털 킬 체인'을 운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체계를 활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과 핵 관련 주요 인물을 대상으로 한 동시다발적 타격을 실행했다. 이른바 '참수 작전'이라 불리는 이 작전은 고속·고정밀 타격과 연계돼 지휘체계에 치명타를 가했다.

작전 수행에는 인간 지휘관의 승인 절차가 존재했지만, 정보 분석과 결심 지원은 AI가 주도했다는 평가다.

공습 개시 이전부터 사이버전과 전자전이 선행됐다. 이스라엘은 드론과 전자파를 이용해 이란의 방공망을 교란하고, 주요 금융기관과 통신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정부는 대응 조치로 전국 인터넷 차단을 시행했으나,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 복구를 시도하는 정체불명의 위성 인터넷 활동도 감지됐다. 다만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스타링크'가 구체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한 공식 확인은 없다.

이번 작전은 AI의 군사적 역할이 정보 분석을 넘어 표적 추천과 실시간 전장 의사결정 보조까지 확대된 최초의 대규모 사례로 평가된다.

군사 기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은 AI와 사이버, 클라우드 인프라를 종합한 '통합 기술 교리'를 실전에서 구현한 첫 국가"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윤리적 쟁점도 불거졌다. AI 기반 표적 식별 시스템 '라벤더'가 민간인을 오인해 타격 대상으로 분류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알고리즘 전쟁의 법적·도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유엔을 중심으로 자율살상무기(LAWS) 규범 제정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역시 변화된 전장 환경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국방 AI 생태계 조성, 민군 기술 협력, 사이버 전력 강화가 미래 전쟁을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기술 없는 국방은 더 이상 전장을 방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