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여성 인구 400만명 줄어든다…국회미래연 "위기 상황 인식해야"

입력 2025-06-21 07:53:12

30~34세 미혼율 2000년 19.49%→2020년 56.39%…3배 ↑
취업 연령 높아졌지만 퇴직은 빨라…노동 생애주기도 축소
수명은 급격히 늘어…노년부양 부담 급격히 증가 전망
"인구감소 대응, 현재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과감히 정책 바꿔야"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달 60세 이상 경활률(전체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49.4%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이라는 뜻이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인게시판 모습. 연합뉴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달 60세 이상 경활률(전체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49.4%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이라는 뜻이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인게시판 모습. 연합뉴스

대한민국 사회의 급격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과제로 인식하고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임여성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만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출산가능 기간 23년→16년 줄어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 인구구조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인구 감소 추세와 요인 등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인구 문제의 실태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는 1980년 기준 10.6건에서 2022년 3.7건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2024년 4.4건으로 급증했지만 이는 2020년~2022년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했던 혼인율이 반등한 영향이라고 봤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의 결혼 적령기 진입이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반등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문제는 현재 결혼 적령기로 여겨지는 30~34세의 미혼율이 2000년 19.49%에서 2020년 56.39%로 약 3배 가깝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출산연령도 1993년 기준 약 26세였으나 2023년 기준 약 33세로 나타났다. 가임기간을 15~49세로 봤을 때 출산가능 기간은 23년에서 16년으로 짧아진 셈이다.

보고서는 초산이 늦을 수록 둘째 출산을 할 의향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합계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비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임여성 인구가 현 주민등록 기준 2023년 1천200만 명에서 2039년 834만 명으로 감소해 합계출산율이 1.0명으로 증가하더라도 2039년 출생아 수는 20만명대 초반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짧아진 노동기간, 노인층 빈곤 장기화 우려

보고서는 개인의 취업, 초혼, 사망 평균 연령이 눈에 띄게 지연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우선 첫 취업 연령은 2000년 대비 2020년에 남성은 4.3세 지연(26.7세→31.0세), 여성은 7.2세(23.8세→31.0세) 지연됐다. 반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남성 52.2세→51.3세, 여성 48.1세→47.7세로 다소 앞당겨졌다. 주된 일자리에서의 노동 생애주기가 축소됐다는 얘기다.

노동시장을 이탈한 실질 은퇴 연령도 2000년 대비 2022년에 남성 1.8세(63.6세→65.4세), 여성 4.6세(62.8세→67.4세) 지연돼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고령자의 노동시장 잔존기간은 길어졌다.

이어 보고서는 평균 사망 연령이 2000년 대비 2022년에 비약적으로 상승(남성 61.3세→73.0세), 여성 70.9세→80.5세)함에 따라 주된 일자리 퇴직은 물론 실질 은퇴 시점부터 사망 시까지 기간이 2022년 기준 남성 7.6년, 여성 13.1년으로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임금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노인층 빈곤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보고서는 "생애주기의 총제적 지연 현상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함께 부양 부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건, 복지, 연금 등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인율 하락과 함께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도 2005년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빠르게 증가했으나 2015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신고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신혼부부 중 무자녀 비중은 2015년 33.3%에서 2023년 43.6%로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보고서는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감소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출생아 수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늘어난 수명에 노년부양 부담 어쩌나

보고서는 수명과 관련한 실태 분석도 내놨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출생아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은 1981년 66.7세 대비 2021년 83.6세로 약 17세 증가해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건강수명(기대수명에서 질병 혹은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을 차감한 기간)은 2000년 66.6세 대비 2021년 72.5세로 약 6세 증가했다. 2021년 세계 평균 건강수명이 61.9세인 점과 비교하면 약 10세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 격차는 OECD 내에서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그 격차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노년생활 중 건강하지 않은 기간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령인구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보건 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노년부양비(15~64세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가 2025년 29.3에서 15년 후인 2040년 약 2배인 59.1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72년에는 104.2로 현재 3.6배에 해당하는 부양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봤다.

아울러 2022년 노년부양비 24.6은 OECD 회원국 평균값 28.0에 못 미치고 일본(49.9)의 절반 수준이나 2056년에는 83.9로 일본(73.6)을 추월해 OECD 회원국 중 1위, OECD 평균(48.3) 대비 약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동 기간 동안 노년부양비 증가분은 OECD 평균이 15.8인데 반해 한국은 4배 수준인 59.3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유례없는 급격한 변화"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위기는 지금…"과감히 정책 바꿔야"

보고서는 대한민국 인구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언도 내놨다.

우선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출산 의향이 감소하는 만큼 사회 전반의 소득수준 제고, 일자리 안정 등 경제적 안정 및 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육아휴직제도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의 적극적인 확보와 직접적 양육비 지원,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 장기적 가족수당 제도 등 종합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성평등 의식이 강한 사람의 경우 사회 전반의 성역할 분담 여부에 따라 출산의향이 달라지므로 성평등 의식 확보를 위한 교육정책, 남성 돌봄참여 유도 등 제도적 유인책 병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혼인·출산·가족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 유연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인구센터는 "인구감소 대응을 미래 문제가 아닌 현재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즉각적이고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센터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문제와 관련한 해법도 제시했다. 중고령 노동자 활용을 위한 계속고용 정책, 양질의 비정규직 일자리, 맞춤형 일자리 마련 등 중고령 일자리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우선 지적했다.

이어 경력단절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한 생산가능연령대(15~64세)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최소화 및 여성 노동시장 진입 극대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이민 혹은 외국인 노동자를 통한 노동 공급 확충안 수립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인구센터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연금, 의료 등 복지체계 전반에 걸친 복지비용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 문제 대응을 위해 노동시장 개편, 생산성 제고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