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한국 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맞물리며 오는 205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및 의료비 지출 비중이 지금의 두 배에 달하는 20%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 수 추세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용시장의 구조적 흐름은 이미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경기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추세 취업자 수' 개념을 바탕으로 향후 노동시장 전망을 분석했다.
한은은 추세 취업자 수를 자연실업률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 규모로 정의하고, 올해 이 수치의 증가폭이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 둔화 영향으로 10만명대 후반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1∼5월 기준 실제 취업자 수는 이 추세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며, 하반기에는 미국의 관세정책 등의 여파로 취업자 수 증가세가 한층 위축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고용 환경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고서는 2030년 전후부터 추세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2032년께에는 이 수치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실제 취업자 수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50년경 전체 취업자 수는 2024년 대비 약 90%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활동인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노동 투입이라는 핵심 생산요소가 줄어들고, 이는 GDP 성장률에도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영호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동향팀 과장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우리 경제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구조적 비용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령 인구가 증가할수록 경제활동참가율은 낮아지고, 그 결과 인구보다 취업자 수가 더 빠르게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국민 후생의 지표로 활용되는 1인당 GDP 증가율 역시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복지 재정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GDP의 약 10% 수준인 연금 및 의료비 지출은 다른 조건이 일정할 경우 2050년에는 GDP의 20%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장은 "지속적인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경제 전반의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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