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물가·금융안정' 위협 우려

입력 2025-06-12 17:52:12 수정 2025-06-12 19:53:20

정부·여당 제도권 편입 추진에…韓銀 "혁신·법 균형 필요" 반대
대규모 발행 땐 통화정책 훼손…전문가들 '코인런' 가능성 경고

Chat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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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넣으려는 움직임을 본격화 하는 가운데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두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산업의 혁신과 법정통화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의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발의한 뒤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유통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작동하는 경로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조정과 지급준비율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외에서 유통되면 이러한 통화 관리 수단이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화량 파악이 어려워지고, 기준금리가 시중 금리에 미치는 영향력도 약화될 수 있다. 이는 곧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책무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발행자가 보유한 실물 준비금에 의해 뒷받침되는데, 이 준비금이 부족하거나 위기 시 환매가 지연되면 투자자들이 일시에 자금을 인출하려는 '코인런(Coin Run)'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은행권에서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거 이동한 상황이라면 은행과 암호화폐 간 '이중 뱅크런(Double Bank Run)'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이 해당 은행에 예치한 자금의 회수가 지연되면서 USDC 가격이 한때 1달러에서 0.87달러로 하락한 사례는 이러한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금세탁과 불법 송금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익명성이 강화되고, 탈중앙적 구조를 띤다. 이 경우 외환관리, 자본유출입 통제, 세무 감시 등 기존 금융 규율 체계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스테이블코인을 '고위험 자산군'으로 분류하고, 발행사와 거래소에 대해 거래 추적과 실명확인 의무 등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