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속 금괴, 발코니 수표다발까지…국세청, 악질 채납자 은닉 재산 추적

입력 2025-06-10 17:39:00

작년 재산추적 2.8조 징수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재산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재산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국세청 제공

10일 국세청은 체납세금을 내지 않고 지능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710명을 대상으로 강제수색을 포함한 현장조사를 벌여 은닉재산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체납자들은 위장이혼, 종교단체 기부, 차명계좌와 부동산, 해외 도박과 명품 쇼핑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납세를 회피했다.

가장 빈번한 유형은 법적 관계를 악용해 강제징수를 피하려 한 사례다. 한 체납자는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받자마자 배우자와 서류상 이혼을 하고, 보유하던 아파트를 재산분할 형식으로 넘겼다. 실제로는 여전히 동거 중이었고 금융거래도 함께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해당 배우자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부동산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 조치를 취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부동산개발업체를 운영하던 체납자가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 배당을 활용했다. 법인이 청산되기 직전, 주주에게 고액의 배당금을 지급해 회사 자산을 사실상 '빈 껍데기'로 만든 뒤 세금을 체납한 것이다. 국세청은 배당을 받은 주주를 상대로 배당금 반환 소송과 재산 가압류 조치를 진행했다.

차명재산 은닉도 여전했다. 한 부동산컨설팅 사업자는 가족 4명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후 사업소득을 이체해 총 10채의 상가를 취득했다. 이 체납자는 실내사우나와 샹들리에가 있는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지인의 오피스텔에 위장전입한 상태였다. 국세청은 일가족 전원을 대상으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명의 부동산을 가압류했다.

사채업자였던 또 다른 체납자는 고액 이자수익을 숨기기 위해 은행 대여금고를 활용했다. 본인 계좌에서 현금과 수표를 인출해 고급 금고에 은닉했지만, 국세청은 현장 수색을 통해 금고를 봉인하고 3억 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압류했다.

은닉 장소는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한 체납자는 아파트 발코니에 신문지를 덮어 쓰레기처럼 위장한 10만원권 수표 수천 장을 숨겼고, 또 다른 이는 등산배낭 속 금괴를 들고 다니다가 적발됐다. 국세청은 CCTV 분석과 실거주지 확인, 강제개문을 통해 이 같은 은닉 재산을 찾아냈다.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로 고가주택에 거주하거나 고급 외제차를 운행하며 사치생활을 유지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어떤 체납자는 자녀 명의로 임차한 주택에서 롤렉스 시계와 귀금속을 보관했고, 또 다른 이는 모친 명의로 운영 중인 사업장에 비밀금고를 설치해 현금과 금괴를 숨겨왔다. 국세청은 탐문과 잠복을 거쳐 이들 은닉처를 찾아내고 총 12억 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했다.

지난해 국세청은 체납자 재산추적조사를 통해 2조8천억원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 2천 건이 넘는 현장 수색과 천 건 이상의 민사소송, 400여 명에 대한 범칙처분이 이뤄졌다. 이번 조사 역시 현장 징수와 민사소송, 강제수색이 복합적으로 이뤄졌으며, 체납처분 면탈 혐의가 드러난 경우 관련자 고발도 병행됐다.

국세청은 추후에도 고액체납자에 대해 강제징수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반면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분납 유도와 체납액 징수특례제도를 적용해 재기를 지원할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정밀한 재산 추적을 위해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은닉 재산에 대한 신속한 압류와 회수를 위해 추적조사 전담 조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닉재산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도 독려되고 있다. 국세청은 고액체납자 명단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으며, 은닉재산 제보에 대해서는 최대 4억2천5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