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덕의 밀리터리 뉴스] 필리핀, 한국산 전투기 FA-50 12대 추가 도입 이유?

입력 2025-06-09 16:39:28 수정 2025-06-09 19:48:28

FA-50, 필리핀 하늘을 다시 장악하다
첨단 개량형 블록20, 실전 경험과 신뢰에 투자
한국-필리핀 방산 동맹, 수출 신화 잇는다

FA-50PH.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FA-50PH.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필리핀 정부가 한국산 FA-50 경전투기 12대를 추가로 도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약 규모는 약 1조 원. 2014년 초도 도입 이후 두 번째 구매로, 필리핀은 FA-50을 재도입한 첫 해외 고객국이 됐다.

이번에 인도될 기체는 'FA-50PH Block 20'으로, 기존 모델보다 작전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공중급유 장비가 장착돼 작전 반경이 늘어났고, AESA(능동전자주사식) 레이더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운용 능력도 새로 탑재된다. 사실상 중형 다목적 전투기의 영역을 넘보는 '경공격기 이상의 전투기'라는 평가다.

필리핀은 당초 미국 F-16이나 스웨덴산 그리펜 도입도 고려했지만, 가격과 운용 유지비를 감안해 FA-50을 다시 선택했다. 한국산 전투기를 두 차례에 걸쳐 선택한 것은 '비용 대비 실전 효율성'을 중시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FA-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초음속 경전투기다. 최대 마하 1.5의 속도, 4.5톤의 무장 탑재량을 갖췄으며, AIM-9 단거리 미사일, 정밀유도폭탄, 공대지 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조종훈련기이자 실전기라는 이중 성격 덕분에 '배우면서 싸우는 전투기'로 불린다.

필리핀 공군은 2017년 민다나오섬 마라위 전투에서 FA-50을 실전 투입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 작전에서 정밀 타격 임무를 맡아, 지상군과의 합동 작전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필리핀 공군은 FA-50을 '전장의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필리핀은 호주에서 열린 다국적 훈련 '피치 블랙'에 FA-50을 파견하고, 미 공군 F-22와의 연합훈련도 수행하며 가동률과 작전 능력을 입증했다.

이번 계약은 정부 간(G2G)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방위사업청과 외교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계약 성사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은 "필리핀은 FA-50을 실전에서 운용해 본 유일한 국가로, 추가 도입은 한국 항공전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밝혔다.

FA-50은 최근 폴란드(48대), 말레이시아(18대) 등으로 잇따라 수출되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경쟁 기종인 중국 L-15, 파키스탄 JF-17, 이탈리아 M-346 등과 비교해 서방 무기체계 호환성과 실전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수출 우위를 점하고 있다.

KAI는 "FA-50은 전투기와 훈련기를 모두 필요한 국가에 이상적인 기종"이라며 "필리핀은 KAI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향후 KF-21 등 후속 기종 협력도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