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선대위 해단식 '패인' 두고 친윤-친한 내부 갈등상 표출

입력 2025-06-04 19:14:01

조경태 "반민주적 모습이 보수 분열로", 권성동 "내부 향해 싸우는 것 사라져야"
김용태 "준엄한 심판 겸허히 받아들여…합리적 보수로 환골탈태"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 도중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 도중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해단식에서 6·3 대선 패인을 놓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충돌 양상을 보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는 김문수 전 대선 후보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 선대위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대선 패배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 친한계인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결정적인 것은 보수의 분열이다. 이준석 후보가 (과거 당에서) 쫓겨나지 않았으면 이런 어려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운을 뗐다.

이준석 개혁신당 전 대선 후보가 과거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친윤계 의원들에 의해 대표 자리에서 사실상 '축출'됐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조 위원장은 이어 "우리 스스로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며 "제가 의총장에서 발언하면 자기들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발언을 멈추게 하는 반민주주의적 모습들이 보수 분열 행태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친윤계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당 지도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조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벽의 후보 교체 쿠데타"라고 꼬집으면서 "당이 거듭나려면 나하고 생각이 달라도 보듬어 줄 수 있는 포용력과 관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는 조 위원장 바로 뒤 발언에서 "여러 패인이 있었겠지만, 우리 당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와는 생각이 다르단 이유로 이런 저런 요구를 하면서,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데 내부를 향해 싸우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친한계를 정조준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말로만 '분열, 분열' 하지 말고, 정말 어렵고 힘들 땐 민주당을 배워야 한다"며 "이재명 후보가 도덕적 결함, 법적 리스크가 많은데도 후보로 당선시키기 위해 잡음 하나 없이 뛰는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김문수 전 후보에게 경선에서 패배한 뒤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고 선거 초반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번 선거를 진 것은 우리끼리의 문제였다. 진짜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면서 "몇 사람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많은 동지가 전선에 서서 피눈물 나게 뛰는데 뒤에 앉아서 관전평이나 하는 식의 정치를 하지 말라"며 친한계를 겨냥했다.

선대위원장들은 대선 패배를 계기로 당 내부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김용태 공동선대위원장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껍데기는 과감히 던지고 상식과 책임의 정치로 돌아가고, 미래를 말하는 합리적 보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결과에 대한 우리 당의 변화의 모습은 분명히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 당의 정체성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이제 당을 잘 정비하고 합심해서 괴물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할 일이 남았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김 전 후보는 대선 패배에 사죄의 의미를 담아 큰절을 한 뒤 당 내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후보는 "우리 당이 계엄을 했던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의 뜻이 당에 많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데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 교체' 논란과 관련해서도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삼척동자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공직 후보를 뽑지 않았나"라며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