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폐기물 처리업체 대형 화재 '화약고' 우려

입력 2025-06-03 18:49:18 수정 2025-06-03 21:00:46

'휴일날' 수천t 폐기물 화재 발생, 소방력 낭비·환경 오염·대형사고 유발 우려
업체·영천시 등 책임 떠넘기기, 주민들 "금전으로 문제 해결, 철저한 점검 필요"

지난달 30일 발생한 영천시 도남공단내 폐기물 처리업체 화재 현장. 영천소방서 제공
지난달 30일 발생한 영천시 도남공단내 폐기물 처리업체 화재 현장. 영천소방서 제공

경북 영천에 있는 한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대형 사고 발생 우려를 낳고 있다. 주민들은 업체의 부실한 조치와 행정당국의 감독 소홀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일 영천시 등에 따르면 도남공단 내에 위치한 A업체는 국내 그룹사 자회사로 2007년부터 영천시의 생활폐기물을 위탁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4년 사이 A업체에서 크고 작은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A업체는 2022년 12월과 2023년 5월에 이어 지난달 30일(매일신문 5월 31일)에도 수 천 톤(t)의 폐기물이 적재된 선별장과 보관창고 등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모두 주말과 공휴일에 발생했다. 하지만 불이 난 원인은 전기적 요인 등에 의한 자연 발화나 원인 미상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소방력 낭비는 물론 유독성 연기와 수천 t에 달하는 방화수가 오염 물질을 머금은 침출수로 변해 2차 환경오염을 유발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공장으로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A업체와 영천시 등 행정당국은 사고 재발 방지 대책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업체는 행정당국의 고화질 CCTV 및 열감지기 등 화재 예방시스템 설치 요구에 시설 구조상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천시는 폐기물관리법에 '소방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소방시설 점검에 적극적이지 않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지난 2일 A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서 "폐기물 보관기준 및 부적정 처리 여부, 화재 취약요인 등에 대한 자체 점검과 함께 관리·감독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인근 업체와 주민들은 "A업체는 각종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주민발전기금 및 장학금 출연 등 금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서 "뒷북 행정이 아닌 화재 원인이나 환경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업체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매출액 306억원, 순이익 30억원 등 건실한 경영상태를 보였으나 모회사 배당금만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기문(가운데) 영천시장과 관계공무원이 도남동 폐기물 처리업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영천시 제공
최기문(가운데) 영천시장과 관계공무원이 도남동 폐기물 처리업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영천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