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동안 학생 개개인에 대한 과도한 배려 요구
학부모 아이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 허락해야
최근 현장 체험 학습 중 발생한 안타까운 학생 사망 사고 때문에 담임 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형을 선고받는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전국의 교육 현장에 깊은 파장을 남겼고, 그 여파로 많은 학교가 기존의 체험학습을 축소하거나 교내 활동으로 대체하고 있다. 매년 외부 장소로 떠나던 우리 학교의 체험학습도 올해는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변경됐다. 전일제 동아리 체험이나 외부 탐방 중심의 교육 활동 역시 대부분 교내 프로그램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학생을 인솔해 학교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교사에게 적지 않은 책임과 긴장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꾸준히 추진해 온 이유는 분명하다. 책상 위 이론으로는 담을 수 없는 생생한 배움, 그리고 아이들의 즐거운 추억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체험학습을 위해 교사가 감당할 일
체험 장소까지의 이동부터 시작해 크고 작은 부담이 이어진다. 학생들에게 개별 이동을 안내하지만, 많은 학생은 자가용을 이용하고 일부는 교사가 전원 인솔해야 한다는 요구를 제기한다. 점심시간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친구들과 어울려 식사하며 추억을 쌓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점심시간이 이렇게 길게 배정되었느냐", "우리 아이는 친구가 없어 밥을 못 먹는다",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동행해 달라"는 요청이 교사에게 전달된다.
교사는 혼자 있는 학생들을 살피고 분식집으로 데려가 자리를 마련하며 어색함을 줄이려 애쓴다. 하지만 친구 관계의 미묘한 거리감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결국 학생들은 각자 식탁을 따로 차지한 채 점심시간을 마무리하게 된다.
체험이 끝난 후에도 상황은 이어진다. "언제 끝나느냐"는 학부모의 문자를 받고, 다른 한편에서는 분실물에 대한 학생의 도움 요청까지 처리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집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교사의 긴장은 계속된다.
◆일부 학부모 무리한 요구 일삼아
현장 체험학습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과도한 배려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면서 일선 교사들은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종종 '진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진상의 원래 뜻은 '사물이나 현상의 참된 모습'이지만 어느새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사람을 가리키는 부정적 표현이 됐다. 교육 현장에서의 진상은 자녀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교사에게 지나친 개입과 배려를 요구하는 일부 학부모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마음이 때로는 교육의 본질을 흔들기도 한다. 반복적인 민원과 무리한 요구는 교사들의 교육 의지를 꺾고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결국 손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과거 어른들이 누렸던 소소하지만 따뜻했던 추억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불완전한 경험이 아이 성장 촉진
가정에서는 누구나 자녀가 중심이다. 그러나 학교는 수많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할 때, 교육은 비로소 공동의 방향을 갖게 된다. 지금의 교육 현실은 저출산, 자녀 중심 육아 문화,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소통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만든 결과다. 그렇기에 해법 또한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교육은 완벽한 통제보다 때로는 불완전한 경험 속에서 아이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낯선 장소에서 겪는 어색함, 친구와의 어긋남, 식당에서 잠깐의 외로움과 같은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성장의 일부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허락하는 어른들의 용기와 배려가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다.
교육의 진상(眞相), 즉 참모습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함께 감수함' 속에서 드러난다. 어른들의 신중한 배려가 아이들의 추억을 지키는 울타리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연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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