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 수능 통합·융합형 문제 다수…"스킬 위주 풀이 넘어 깊이 있는 학습해야"

입력 2025-06-03 06:30:00

선택과목 없는 통합·융합형 수능 체제로 개편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 모든 응시자가 치러야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8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8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12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통합형 수능' 시행을 예고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국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변화로, 올해 고1부터 적용된다. 개편된 사항 중 가장 큰 골자는 선택과목 없는 통합·융합형 수능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현행 수능 체제에서 영어·한국사를 제외하고 국어와 수학,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에서 존재했던 선택과목은 폐지된다. 지난달 4월 발표된 2028학년도 수능 예시문항을 바탕으로 향후 수능 출제 방향을 살펴봤다.

◆국어, 독서와 작문 통합형 문제 신설

2028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은 기존 공통과목(독서·문학)과 선택과목(화법과 작문·언어와 매체 중 한 과목 선택)이 결합된 구조에서 '화법과 언어'(10문항), '독서와 작문'(20문항), '문학'(15문항) 통합형 3개 과목으로 재편된다.

화법과 언어에서는 문법 요소를 바탕으로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는 표현을 분석하는 3번 문항과 토의에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대안을 구성하는 6번 문항이 신유형으로 출제됐다. 언어 지문은 출제되지 않았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독서와 작문 24~27번 통합형 문제의 신설이다. 해당 문제에서는 (가), (나)에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학생의 초고 (다)를 제시했다. (가), (나)의 사실적 정보를 파악한 후 (다)를 바탕으로 작문 계획과 자료 활용 방안에 관해 이해했는지 물어 복합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항이다.

문학은 다른 영역과 달리 단독으로 출제돼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42번 문항이 '학습 활동'의 자료로 제시된 글의 관점을 파악하고 이를 작품 속 공동체의 문제 해결과 관련해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유형으로, 작품이나 문학 갈래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글을 자료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신유형으로 볼 수 있다.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8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8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학, 드물었던 빈칸추론형 문항 재출제

수학 영역도 기존 공통과목(수학Ⅰ·Ⅱ)과 선택과목(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중 한 과목 선택)이 결합된 구조에서 '수학Ⅰ(대수)', '수학Ⅱ(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통합형 3개 과목으로 바뀐다.

현행 구조(수학Ⅰ·Ⅱ, 확률과 통계)와 유사하게 총 30문항, 과목별 11·11·8문항 배치가 유지됐다. 그러나 문항 유형과 난이도 구조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2025학년도 수능 공통과목+확률과 통계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

신유형으로는 모비율(모집단 전체에서 특정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개체의 비율) 등 2022 개정 교육과정 반영 문항이 포함됐다. 기본 개념 중심의 평이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 보기 어려웠던 빈칸추론형 문항이 지수로그 단원에서 재출제됐으며 이는 단순 계산을 넘어 수학적 사고 과정을 묻는 문항으로 해석된다.

최고난도 문항은 기존 수열이나 미적분 대신 확률과 통계(21, 29번), 대수(30번)에서 각각 출제되며 과목 간 난이도 분산이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수능 공통과목에서 최고난도로 출제되던 수열의 귀납적 정의와 미분 또는 적분으로 함수의 그래프를 추론하는 문항은 중·고난도 문항으로 출제됐다.

2028학년도 수능 문제 배열은 2021학년도 수학 나형(수학Ⅰ·수학Ⅱ·확률과 통계)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다만 2028학년도 수능은 통합형이므로 난이도는 2021학년도 수능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보인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해 6월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문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해 6월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문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통합사회, 과목 간 통합 문제 다수 출제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현재 선택과목 총 17개 중 최대 2개를 고르는 방식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모든 응시자가 치르는 것으로 변경된다. 통합사회는 일반사회부터 윤리, 정치, 지리, 문화, 경제,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출제된 문항의 전공별 문항 비율을 보면 지리 전공의 개념을 묻는 문제가 가장 많았고 윤리 전공의 개념을 묻는 문제가 가장 적었다. 지금까지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통합사회 대비 일반사회, 지리, 윤리 전공의 개념을 통합해 묻는 문제의 형태가 다소 많아졌다.

일반사회는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고 지리는 자료를 이해하기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복잡하게 제시됐다. 윤리는 고1 학평과 비슷하거나 다소 난이도가 높은 수준으로 출제됐고 2022 개정 교육과정 내용을 반영했다.

기존 선택 과목 체제에서 학습 부담이 커 선택자 수가 많지 않았던 경제, 세계지리 등 다양한 사회과 내용을 깊이 있게 학습해야 하므로 수험생들이 학습 부담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선택과목 체제에서 출제됐던 고도의 자료 분석을 요구하거나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최고난도(킬러) 문항은 출제되지 않았지만 문항의 길이가 길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출제되지 않았던 새로운 소재로 제시문과 도표, 지도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문항이 출제됐으며, 이에 더해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문항이 출제된다면 변별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해 9월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문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해 9월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문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통합과학, 같은 과목 단원 간 통합 형태

통합과학에는 물리, 화학, 생명, 지구과학 등 다양한 영역이 모두 포함돼 있다. 2024년 9월 고1 학평 통합과학에서는 2점 10문제, 3점 10문제(총 20문제)가 출제됐으나, 이번 수능 예시 문항에서는 1.5점 8문제, 2점 9문제, 2.5점 8문제(총 25문제)가 출제됐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2025학년도 수능 대비 난이도가 낮았으며 현행 고1 학평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과목 간 통합형 문항은 출제되지 않았지만 같은 과목 내에서 다른 단원 간의 통합형 문제가 4개(4번, 10번, 11번, 23번) 출제됐다.

물리는 계산 문항은 줄었고 자료 해석 문제와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문항으로 대부분 출제됐다. 화학도 계산이 필요한 문제가 많이 줄었고, 계산이 필요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계산 과정이 단순한 형태로 출제됐다. 다만 계산 과정 없이 개념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항 위주로 출제된 2024년 9월 고1 통합과학 학평 대비 난이도가 상승했다. 생명과학은 자료 해석 문제보다 탐구 활동을 이용한 추론 문제가 다수 출제됐고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에 없는 새로운 자료가 많이 제시됐다. 지구과학은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가 대부분이었고 자료 해석 문제는 단순 해석 수준으로 출제됐다.

통합형·지구과학에서 교과서에 없는 새로운 그래프 자료를 제시해 시간을 소비하는 준킬러 문항이 나왔고, 화학의 주기율표와 생명과학의 DNA 구조 부문에서 고난도(킬러) 문항이 출제됐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에서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은 바로 통합·융합형 교육"이라며 "스킬 위주의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각 영역의 개념 간 관계에 대한 학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송원학원 진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