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1700시간 비행 베테랑들…앞선 훈련 성공·위험 교신 없어
생산 60년 노후기 우려 잇따라…정비·항적자료·음성녹음 분석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사고로 장병 4명이 순직한 가운데, 이번 사고가 기체 결함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병들이 항공기 운항 베테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 사고기가 추락 전 비정상적 비행 궤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한 해군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비정상적 비행궤적 확인
1일 해군에 따르면 해상초계기 P-3CK가 추락했던 지난 29일 오후 훈련을 하기에 기상여건은 양호했다. 고 박진우 중령, 고 이태훈 소령, 고 윤동규 상사, 고 강신원 상사는 이날 부여된 이착륙 훈련(Touch and Go: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 3회 가운데 1차례를 성공적으로 마치기까지 했다.
정조종사인 박 중령은 1천700여 시간의 비행경력을 가졌으며 부조종사 이 소령의 비행경력은 900여 시간이다. 박 중령은 포항에서 정조종사로 5년간 근무하며 비행임무를 수행했고, 이 소령은 약 3개월의 임무수행을 경험했다.
윤 상사는 항공기 엔진 및 조종석 계기 등을 모니터링해 조종사를 보좌하는 임무, 강 상사는 항공기 내·외부 점검 등 비행을 위한 전반적인 안전임무 수행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베테랑들을 태우고 포항경주공항 내 포항비행장을 날아오른 초계기는 2회째 훈련을 위해 우측으로 선회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당시 목격자들은 초계기가 원래 훈련하던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 돌더니 양측 날개가 위아래로 휘청거렸고, 갑자기 꼬꾸라지며 땅에 처박혔다고 증언했다.
해군 측이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공개한 사고기 영상이 담긴 폐쇄회로(CC) TV에서도 이런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숱한 훈련을 경험한 베테랑들이 갑자기 이런 사고를 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사고 전 조종사와 관제탑과의 교신에서도 위험성과 관련한 교신이 없었던 점 등도 미상의 기체 문제로 손쓸 틈 없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체 노후 문제 등 정밀 조사
기기가 생산된 지 60년 가까이 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고기는 1966년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해 미군에 납품한 기체이다. 한국은 이를 2007년 도입했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가 3년에 걸쳐 개조와 작업성능 개량 등을 통해 2010년 7월 해군에 인계했다.
해군 측은 "들여올 때 새로 제작하는 것만큼의 개량을 했으며, 날개 엔진도 바꾸고 동체부분도 개량했다"며 노후 문제에 대해 일축하고 있으나, 워낙 오래된 기종이다 보니 기기 결함 사고 등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늘 따라다녔다.
해군은 현재 해군안전단장을 위원장으로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은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위는 해군안전단·수사단, 해양과학수사센터, 공군 항공안전단, 육군 항공사, 해양경찰청, 항공기 정비업체 등이 들어가 있다. 해군은 향후 필요하다면 민간 항공전문가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해군은 정비가 제대로 됐었는지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P-3CK의 창정비 주기는 4.5년이다. 2021년 2~5월 정비를 받았고 올해 연말 정비를 앞두고 있었다. 창정비는 항공기 기체, 기골, 구성품 등에 대한 부식과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검사 및 비파괴 검사 등 285개 항목을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초계기는 창정비 말고도 평시에도 검사를 진행하는데, 사고기가 가장 마지막에 받은 정비는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야전정비와 지난 4월 29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이뤄진 부대정비였다.
해군은 또 사고기 잔해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해 정밀 분석 중이다.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자료와 음성녹음 내용 분석 등을 통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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