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독려 현수막 보면 단체장 당적이 보인다? 색상 논란 속 규제론도

입력 2025-06-01 17:04:46 수정 2025-06-01 20:50:53

선관위, 현수막 색상 관련 규정 없이 지자체 재량에 맡겨
편향된 메시지로 여겨질 수 있어… "행안부·지자체 차원 지침 필요성"

서울시 양천구 투표 독려 현수막. 유광준 기자
서울시 양천구 투표 독려 현수막. 유광준 기자
서울시 강서구 투표 독려 현수막. 유광준 기자
서울시 강서구 투표 독려 현수막. 유광준 기자

대선을 앞두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마다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특정 정당 상징색이 도드라지며 불필요한 시비를 부르고 있다. 색상이 곧 정치적 메시지로 여겨질 소지가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대 대선을 맞아 대부분의 광역·기초지자체는 '일반수용비' 예산을 활용, 투표 독려 현수막을 걸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특정 정당을 지지·추천·반대하지 않는 중립적 문구의 투표 독려 현수막은 누구나 게시할 수 있다. 개수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행정동마다 최소 1개를 거는 경우가 많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로구, 동대문구, 도봉구, 서대문구, 영등포구, 동작구를 제외한 19개 구청은 적게는 10개(용산구), 많게는 73개(서초구)의 투표독려 현수막을 붙였다.

문제는 현수막의 색상이다. 무채색(관악구·구로구 등)이나 녹색(성동구·서초구 등)처럼 특정 정당을 연상하지 않게 만드는 색채로 구성된 현수막도 많았으나 붉은색이나 파란색 등 거대 양당의 상징색이 도드라지는 현수막도 적지 않았다.

일례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있는 양천구는 현수막 우측 약 3분의 1이 붉은색 바탕이었고, 현수막 중심부의 '투표하세요' 문구 역시 붉은색을 사용했다. 같은 당 구청장이 있는 마포구 역시 무채색을 주로 썼으나, '포인트 색상'이 붉은색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반대로 민주당 출신 단체장이 있는 강서구, 중랑구 등은 흰색과 파란색이 도드라지는 현수막을 사용하며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이로 인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한 유권자는 "색상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강한 상징성을 갖기에 과도하게 사용하면 무의식적으로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거나 편향된 메시지로 오해받을 수 있다"면서 "정당 상징색과 겹치는 디자인을 자제하는 것이 공정성과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선거법상 규제 근거가 없는 상황인데, 우선 행정안전부나 광역지자체 차원의 지침을 마련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