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려울 수 있나"…겹악재에 '7월 위기설' 현실화하나

입력 2025-06-01 15:43:06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증가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부동산 경기 불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시장도 시행돼 가뜩이나 수 년간 침체를 겪어온 부동산 시장이 더욱 움츠러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마저 건설업계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쁘다고 진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이같은 악재로 인해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행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불황에 악성 미분양·고금리·전쟁 등 겹악재 더해져

1일 통계청의 1분기 산업활동동향 등에 따르면 공사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27조12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0.7% 줄어든 규모다. IMF 직후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건설기성은 지난해 2분기 3.1% 감소한 뒤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9.1%와 9.7%씩 줄었다.

경기 부진으로 인해 '악성 미분양'도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다 짓고도 분양을 못한 주택수가 전월 대비 5.2% 늘어난 2만6천422가구에 이른다. 지난 2013년 8월 이후 11년8개월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주택 3대 지표(인허가, 착공, 준공) 모두 일제히 하락했다.

4월 주택 인허가는 2만4천26가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6% 감소했다.

주택 착공은 2만5천44가구로, 전월 대비 81.8% 늘었지만, 1~4월 누계 물량은 5만9천65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33.8% 감소했다.

건설업 불황의 주요인은 공사비 상승과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시장 양극화로 꼽힌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은 물론, 고물가 기조로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건설사 수익성이 악화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4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1.06포인트로, 2020년(100 기준) 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기조로 미분양까지 늘어나며 지방 건설 시장이 고초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감소 등도 침체를 앞당겼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이 어렵다는 말은 늘 있지만 최근 몇 년은 정말 어렵다"면서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도 양극화가 나타나며 지방에서 주로 분양하는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6.1%이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3.2% 이후 최저 수준이다.

◆법정관리 잇따르는 건설업계 '7월 위기설'

이같은 상황에 실제로 자금 경색이 발생하면서 법정관리 신정에 나서는 건설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에서 111위를 차지한 광주지역 건설업체 영무토건은 지난달 28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11곳에 달한다.

이밖에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내 건설사들도 잇따라 법정관리 신청에 나서고 있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신동아건설(58위) ▷2월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4위 대흥건설(96위) 등이다.

또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이화공영(134위) ▷안강건설(138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도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미분양 증가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목소리다.

건설사들의 법정관리행이 지속되면서 업계에선 '7월 위기설' 우려마저 나온다.

고초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DSR 3단계까지 적용되면 미분양이 더 증가하며 유동성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설산업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 말소·폐업은 전년 동기 대비 47개 늘어난 221개로 집계됐다.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를 합친 1분기 말소·폐업은 747개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실적도 부진한 상황인데 지방에서 주로 영업하는 중소규모 건설사는 어떻겠느냐"면서 "'어느 건설사가 어렵다', '어느 건설사가 문 닫는다더라'라는 소문이 계속 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