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된 순직 장병 합동분향식 "우리 애 좋은 기억만 기억해 주길"

입력 2025-05-30 16:38:46

순직장병 4명 합동분향 30일 오후 2시 포항 해군사령부 작전관에서
침묵 속에 맞잡은 손…아들 동료 들어올 때마다 울음터져

포항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으로 순직한 고 이태훈 소령의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 장병들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으로 순직한 고 이태훈 소령의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 장병들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신동우 기자

30일 오후 2시 포항시 남구 해군항공사령부 체육관.

적적히 내려앉은 침묵은 공기마저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날 체육관에서는 지난 29일 갑작스런 해상초계기 P-3CK 917호기 추락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故) 박진우 중령과 이태훈 소령, 윤동규 상사, 강신원 상사의 합동분향식이 치뤄지고 있다.

이들의 대한 장례는 해군참모총장장으로 치뤄지며, 이곳에서 3일장을 보낸 뒤 내달 1일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봉안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합동분향소에는 갑작스런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간이천막 아래에서 조문객들을 영접하고 있었다.

고 박진우 중령의 유족 천막에는 중령의 아들로 보이는 어린 아이가 연신 칭얼대며 엄마에게 안겨 있었다.

목격자 진술과 사고 당시 영상 등을 종합해보면 해당 초계기의 주조종관이던 박 중령은 사고 직전까지 민간으로 향하던 기체를 돌리며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 중령의 유족은 "29일 오후 2시 30분쯤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처음에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깊은 숨을 토해냈다.

이날 대부분의 유족들은 합동분향소가 차려지는 동안 멍하니 의자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초점을 잃었던 눈동자는 순직장병 동료들의 조문이 시작되면서 금세 촉촉히 젖어들어갔다.

위패에 조문을 마치고 유족들에게 인사를 온 동료들의 손을 맞잡으며 유족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거나 애써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태훈 소령의 아버지는 아들 동료들의 손을 잡고 "우리 태훈이의 좋은 기억들만 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젖은 웃음을 건넸지만, 떨리던 목소리도 세마디를 넘지 못하고 울음으로 바뀌어 버렸다.

합동분향소 첫날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김정재 국회의원(포항시 북구), 이강덕 포항시장,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등 정치권의 조문도 이어졌다.

한편, 제주 해군 항공사령부 615비행대대 소속의 해상초계기 P-3CK 917호는 29일 1시 43분쯤 포항기지에서 이륙해 훈련을 진행하던 중 7분 후인 이날 오후 1시 48분쯤 포항시 남구 동해면의 한 야산에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