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사랑…삶으로 증명한 '수신제가'
노동운동의 최전선에서 만난 두 사람이 한 세대 가까운 시간을 함께 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그의 아내 설난영 씨 이야기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단순한 부부의 연을 넘어선다. 서로의 신념과 삶을 지지하며 일궈온 공동의 여정은, 이 시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전범으로도 읽힌다.
김 후보는 30일 자신의 SNS에 아내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봉천동 교회에서의 조촐한 결혼식, 감옥에서 보낸 시간 동안 묵묵히 곁을 지킨 아내의 모습, 그리고 생계를 책임지며 딸을 키워낸 이야기까지 담긴 이 글에는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이 배어 있었다.
설 씨는 1980년대 중반,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에 선출된 바 있다. 25세의 나이에 여성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치에 오른 그는 당시로선 드문 여성 리더였다.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탁아소를 운영하며, 일터와 가정을 동시에 책임지는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에 앞장섰다. 김 후보는 그런 설 씨의 모습을 "독립적이고 강단 있는 여성"이라 회상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삶의 궤적을 두고 유시민 작가가 한 발언이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 작가는 28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설난영 씨는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발이 공중에 떠 있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즉각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여성본부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격을 짓밟는 모독적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의회 이종배 의원은 이날 유 작가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김 후보자 낙선을 목적으로 배우자를 비방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후보자 또는 그 배우자를 공연히 사실로 비방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10조 역시 특정 지역이나 성별 등을 근거로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응도 잇따랐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유 작가를 명예훼손, 모욕,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여성을 직업이나 학력으로 계급화하는 구시대적 발언"이라며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한 여성을 남편의 그림자로 치부하는 인식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 역시 성명을 통해 "기혼 여성의 지위는 남편에 의해 결정되는 부속품에 불과하냐"며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멸시가 웃음거리로 소비된 현실에 개탄한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와 설난영 씨의 삶은 한 세대의 격동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나아간 공동체의 여정이었다. 남편의 투옥에도 삶을 지탱하고, 서점 운영을 통해 생계를 꾸리며 딸을 키운 아내. 그리고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지방자치와 복지행정까지 두루 걸어온 남편.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수신'과 '제가'를 실천해왔다.
김 후보는 SNS 글 말미에 "설난영이 김문수고, 김문수가 설난영입니다"라고 적었다. 이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완성되어왔음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한 사람의 정치적 자질을 논하는 데 있어, 그의 배우자 역시 삶의 행보로 응답하고 있다는 사실이 담긴 말이기도 했다.
김 후보 부부가 함께 걸어온 길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가꾸고 가족을 지켜온 한국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설난영 씨가 걸어온 길도, 고단한 삶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이들을 향한 비하성 발언은 단지 개인을 향한 모욕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엄을 해치는 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공직선거라는 무대에서 벌어진 이번 논란은 단지 정치적 공방을 넘어서, 한 인격과 삶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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