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공사와 노후관로가 주요 원인…인재가 된 지반침하
지반침하 위험지도와 상시 모니터링 체계 필요
지하개발이 활발한 도시지역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인위적 요인에 의한 '사회재난'으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기존 법제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9일 발간한 '현안분석 제354호 보고서'를 통해 지반침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과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최근 10년간(2015~2024년) 전국에서 2천119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천144건(54.0%)이 상·하수도관 손상으로 인한 누수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굴착공사 부실과 다짐 불량 등 공사 과정의 안전관리 미비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2024년 서울 연희동(2.5m), 올해 서울 명일동(18m)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지반침하 사고는 모두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지반침하를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관리 가능한 '사회재난'으로 보고, 현행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실효성 제고를 촉구했다.
핵심 대안으로는 ▷지하정보를 종합 분석한 '지반침하 위험지도' 작성 및 공개 ▷굴착공사 현장에 자동화 계측 장비를 설치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노후 상·하수도관 정비사업 지속 확대 ▷지하시설물 안전점검 주기 차등화 및 국가 차원의 인력·예산 지원 확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의 기능 보완 및 정보 공개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지반침하 위험지도의 경우 기존 지하공간통합지도가 지하 정보의 단순 병합 수준에 그친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실제 위험도를 등급화한 지도 작성과 공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정보는 침수흔적도, 홍수위험지도 등 다른 재해지도의 선례에 따라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동화 계측 장비 설치 의무화를 통해, 지하수위 변화나 지반 변형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위험 발생 시 경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수동 계측보다 정확한 자동화 계측을 '특별관리' 또는 '위험지역'에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시설물 점검 주기 역시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는 연 1회 이상 육안조사, 5년마다 1회 이상 지표투과레이더 조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비 부족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실효성이 낮은 상태다. 보고서는 위험등급별로 점검 주기를 세분화하고, 국가가 지자체에 장비·예산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진수(공학박사) 입법조사연구관은 "과거 지반침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석회암지대와 연약지반 등에서 지하수 흐름이 변동되거나 지하공동이 생성되어 발생하는 자연재해가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의 지반침하 사고는 굴착공사 안전관리 부실과 상·하수관 누수 등 인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사회재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상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시민들의 지반침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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