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선두 르윈 디아즈, 삼성 라이온즈 타선을 이끄는 힘

입력 2025-05-27 12:03:37 수정 2025-05-27 18:08:44

디아즈, 한국 생활 2년 차에 성공 시대
홈런뿐 아니라 타점, 장타율도 1위 질주

삼성 라이온즈의 4번 타자 르윈 디아즈.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4번 타자 르윈 디아즈. 삼성 제공

#5월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 삼성 라이온즈는 KIA 타이거즈와 쉽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대2로 팽팽히 맞선 9회말 삼성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 마운드에는 KIA 불펜 필승조 조상우가 버티고 있었다.

선두 타자는 르윈 디아즈. 0대1로 뒤진 1회말 역전 2점포를 쏘아 올린 터라 타격감은 괜찮았다. 초구는 시속 136㎞짜리 포크볼. 디아즈의 방망이가 주저 없이 나갔다. 결대로 밀어친 공은 외야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끝내기 홈런에 라팍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 삼성 제공

삼성 팬들은 요즘 4번 타자 디아즈 덕분에 야구 볼 맛이 난다. 디아즈는 장타를 쏟아내며 '홈런 군단'으로 자리매김한 삼성 타선을 이끄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한 시즌 50홈런 고지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디아즈는 지난 시즌 후반기 삼성의 새 식구가 됐다. 데이비드 맥키넌을 대체한 루벤 카데나스(현재 이름 카디네스)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그 공백을 메웠다. 정규 시즌에선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2, 7홈런, 19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에선 더 위력적이었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맹타를 휘둘러 깊은 인상을 남겼다. 9경기에 나서 타율 0.353, 5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삼성은 2025시즌을 앞두고 디아즈의 손을 다시 잡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가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도중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한 모습.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가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도중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한 모습. 채정민 기자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디아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아내가 항상 내게 홈런 40개를 치라고 한다.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고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대는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잘 해줄진 몰랐다. 스윙이 크다, 높은 공에 약하다는 등 이런저런 분석이 나왔던 터라 우려도 있었다. 한데 기우였다. 시즌 초 주춤하나 싶더니 이내 반등했다. 27일 경기 전 기준으로 홈런(20개)과 타점(58점), 장타율(0.654) 1위다.

아내의 요구(?)도 가뿐히 만족시킬 태세다. 이런 추세라면 50홈런 고지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아즈는 "목표를 좀 더 높여도 될 것 같다.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다. 시즌이 끝났을 때 홈런이 몇 개일지는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오른쪽 끝)가 25일 대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홈을 밟자 주장 구자욱이 무릎을 꿇은 채 격하게 반겨주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오른쪽 끝)가 25일 대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홈을 밟자 주장 구자욱이 무릎을 꿇은 채 격하게 반겨주고 있다. 삼성 제공

체구가 호리호리한 편이지만 손목 힘이 좋다. 공을 띄우는 능력, 타구에 체중을 싣는 능력도 발군. 겉모습과 달리 발은 느리다. 그래도 장타력이 필요한 4번 타자라 큰 상관이 없다. 1루 수비도 좋은 편. 내야수들의 애매한 송구도 곧잘 잡아낸다.

한국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다. 아내가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데다 그 역시 한국 문화가 좋다고 한다. 한국어도 이젠 조금 한다. 디아즈는 "구자욱이 와서 계속 뭘 얘기한다.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배우고 있다"고 웃었다.

이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디아즈가 삼성에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 그 역시 대구와 삼성에 대한 애정이 깊다. 디아즈는 "이곳(대구)이 정말 좋다. 팬들이 여기에 있게 해준다면 떠나지 않고 계속 있고 싶다"고 했다. 디아즈 덕분에 대구, 라팍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가 25일 대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동료들이 반겨주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가 25일 대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동료들이 반겨주고 있다. 삼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