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시범 케이스' 삼은 트럼프…他 대학도 초긴장

입력 2025-05-26 16:26:36

'反유대주의' 정부 입김 확대
제롬 파월 "대학은 중요 자산"
트럼프 "유학생 이름·국적 공개해야"

하버드대 캠퍼스를 걷고 있는 학생들. 로이터 연합뉴스
하버드대 캠퍼스를 걷고 있는 학생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한 것이 미국 대학가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지금은 하버드대를 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지지 세력의 불만이 언제든 다른 대학으로 향할 수 있어서다.

◆반유대주의 근절 외국학생 등록 차단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를 상대로 면세 혜택 취소 위협, 연구 지원금 삭감 및 동결에 이어 22일 유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 인증 취소 등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캠퍼스 내 반(反) 유대주의 근절을 내세우며 교내 정책 변경 및 정부의 학내 인사권 개입 등을 요구해왔고, 하버드대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를 거부하자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하버드대가 즉시 가처분 신청 소송으로 대응해 효력이 일단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미국 주요 대학 지도부는 연방정부의 조치 하나만으로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게 NYT의 보도다. 이와 관련해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은 "깊은 충격 속에 이 글을 쓴다"며 "연방정부가 하버드대의 국제 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25일 모교인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졸업식 연설에서 "우리의 위대한 대학들은 전 세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며 중요한 국가 자산"이라며 정부 비판 메시지를 보였다. 프린스턴대도 학내 반(反)이스라엘주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방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4월 하버드대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한 학생 시위자가 존 하버드 동상 앞에 서 있는 모습. AP 연합
지난해 4월 하버드대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한 학생 시위자가 존 하버드 동상 앞에 서 있는 모습. AP 연합

◆말 안 듣는 하버드대 '시범 케이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 세력들이 미국 명문 대학들에 대해 진보 성향으로 편향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불만을 표해왔다고 지적했다. 반유대주의 근절이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입학·채용 과정에 정부 입김을 강화해 DEI 정책 폐기를 압박하는 방식을 취한 배경이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22일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하버드대에 적용한 조치와 유사한 방식을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하버드대가 일종의 '시범 케이스'였음이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버드대에 대한 압박은 다각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왜 하버드는 전체 학생의 거의 31%가 외국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는 걸까"라고 적었다. 그는 "몇몇 국가는 미국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고, 그들의 학생을 교육하는 데 한 푼도 쓰지 않고 있으며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며 "우리는 이들 외국인 학생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 우리가 하버드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한 만큼 이는 합리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한편 NYT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비중은 5% 남짓이지만 주요 대학에서의 비중은 다르다. 하버드대 유학생 숫자는 약 6천800명. 전체 학생 수의 27% 정도를 차지한다. 뉴욕대와 컬럼비아대는 이보다 비율이 더 높다. 뉴욕대는 30% 정도, 컬럼비아대는 40% 정도가 유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