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선 트럼프, EU 50% 관세 부과 시점 한 달 넘게 연기

입력 2025-05-26 17:14:09 수정 2025-05-26 21:06:14

7월 9일까지 유예, 日 철강투자·러시아·이란 언급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원자력 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중 전화벨이 울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원자력 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중 전화벨이 울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예고했던 '50% 관세' 부과 시점을 당초 6월 1일에서 7월 9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EU 측이 협상을 위한 시간 확보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로, 고율 관세를 통한 압박 전략의 일시적 유화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골프장 체류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전화 통화를 공개했다. 그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전화를 걸어와 6월 1일이 너무 촉박하다며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며 "EU가 진지하게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준 만큼 7월 9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EU에 대한 '상호관세'를 20% 수준으로 책정한 바 있다. 그러나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며 6월 1일부터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해 무역 긴장이 고조됐었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양 정상 간 통화 직후 SNS 플랫폼 '엑스(X)'에 글을 올려 "좋은 합의에 이르기 위해 7월 9일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날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각국에 대해 차등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90일)가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현안에 대한 입장도 함께 밝혔다.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많은 이들을 죽이고 있다"며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제재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이란과의 핵 협상과 관련해서는 "23일 로마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자국 내 제조업 복원 전략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단순히 신발이나 양말을 만드는 게 아니라, 탱크, 반도체, AI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하버드대 외국인 학생 명단 공개 요구를 두고도 "전체 학생 중 31%가 외국 출신인데, 일부 국가는 미국에 비우호적"이라며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에 대해서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통제하게 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그 거래는 허용하지 않겠다"며 인수 이후에도 본사는 피츠버그에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소 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140억 달러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