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GRDP 5년새 10조원 증발…경북 경제 중심축 흔들린다

입력 2025-05-28 17:43:15 수정 2025-05-28 19:47:39

구미 GRDP 2017년 36조→2021년 26.3조…10조 감소
반도체·방산특구 지정됐지만, 예산도 인력도 뒷받침 전무
한 도시의 추락이 아닌 국가 제조 생태계의 균열

5월의 붉은 장미가 만개한 구미국가산단, 그 뒤로는
5월의 붉은 장미가 만개한 구미국가산단, 그 뒤로는 '공장 매매' 현수막이 걸린 채 멈춰선 건물이 조용히 서 있다. 봄꽃은 피었지만, 산업은 멈췄다. 조규덕기자

구미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불과 5년 만에 10조원이 사라지며 경북 경제의 중심축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28일 통계청과 경북도에 따르면, 구미의 GRDP는 2017년 36조원에서 2021년 26조3천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북 전체에서 차지하는 GRDP 비중도 32.8%에서 23.3%로 10%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2017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GRDP 순위 6위를 기록했던 구미는 2021년 기준 19위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지방 주요 도시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단순한 인구 감소나 일시적 경기 변동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로 해석된다.

인근 포항시는 같은 기간 18조2천억원에서 23조7천억원으로 GRDP가 5조5천억원 증가했다. 포항은 2차 전지와 화학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반등에 성공했지만 구미는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신산업 전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구미시는 위기 극복을 위해 ▷반도체 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 3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유치했지만, 실행력 있는 예산 투입과 기반 인프라 확충이 지연되면서 사업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는 '후공정 중심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정부의 직접 지원 규모는 용인·화성 등 수도권과 비교해 현저히 부족하다. 실제 용인은 30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와 함께 기반시설까지 패키지로 지원받고 있다.

구미국가산단 내 공장 가동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구미산단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54.8%에 그쳤다. 산단 내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 상당수가 절반 수준의 생산력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구미 산업계 관계자는 "가동이 멈춘 공장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젊은 인력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자영업자들도 매출 급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방치된다면 중소기업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실질적이고 집중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키워드〉 GRDP :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 가치를 뜻하며, 지역 경제의 규모와 활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2025년 현재 시·군 단위 GRDP는 2021년 확정치까지 발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