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의 국제정세] 트럼프 정부의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

입력 2025-05-21 18:30:00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북한 김정은 정권은 지난 30년간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다량의 핵무기를 확보하였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 잠수함 등 각종 전략무기를 개발하고 고도화해왔으며 우리 국민을 향해 협박해왔다. 햇볕정책은 실패하였다.

바이든 정부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단절하고 오직 핵 무력화에 집중하였으며, 핵 무력 정책을 북한 헌법에 명시하여 김정은의 핵무기 확보 의지를 대외에 과시하였다. 이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라면서 대못을 박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줄곧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암시해왔다. 최근까지 트럼프가 "향후 미북 협상에서 한국을 패싱할 것이다"라는 여론이 제기되었다. 다행히 한·미 양국의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이를 불식시켰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하였다.

트럼프 1기 정부와 비교할 때 2기 정부에서 북한의 핵 위협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1기가 출범했던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러시아의 협조가 가능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추가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정세는 많이 변화되었다.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규탄 성명조차도 채택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의 갈등 국면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중국 압박정책은 바이든 정부에서 강화되었으며, 트럼프 2기에서도 미·중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인다. 중국의 대국굴기가 지속되는 한,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 구도는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 문제에 무관심하고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러 군사조약을 체결한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1만5천명을 끌어들였으며 그 대가로 북한에 첨단군사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북·러 군사동맹 관계가 밀착되고 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UN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고 있다.

최근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주한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중국이 미군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도발을 부추기고 주한 미 공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김정은 정권과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의 새빨간 '비핵화 거짓말'에 속았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었다. 국제적인 고립상황을 탈피하고자 트럼프 정부를 이용한 것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 정부에 '종전선언'이란 화두를 던졌다.

북한은 종전선언 조건으로 UN의 대북제재 해제, 한미연합훈련과 전략무기 한반도 투입 영구 중단 등을 요구했다. 북한 비핵화가 안 된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UN의 대북 제재는 쓸모없으며 북한의 6차례 핵실험과 ICBM 등 각종 도발 행위도 면죄부를 받는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고, 주한미군 철수까지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패망한 월남처럼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 지위를 보장받고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원한다.

동북아지역에서는 신냉전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닌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러시아·중국·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핵 억제력을 강화하고 서둘러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변화된 국제정세와 북한의 핵 위협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에 또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

미 정부는 향후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대신,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해주고,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고 동북아지역 평화를 위해 주한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대북 강경정책이 바람직한 때이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