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닭고기 수출국' 브라질 수출 중단에 치킨업계 수급 '비상'

입력 2025-05-20 16:43:37 수정 2025-05-20 19:56:56

정부 브라질산 가금육·가금 생산물 등 수입 금지
브라질 농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확인
공급 부족→공급가 상승→소비자가격 인상 우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치킨가게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치킨가게 모습. 연합뉴스

최근 닭고기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치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들어 국내 여러 양계장에 화재가 이어지면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까지 막힌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라질 종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한 데 따라 지난 15일(선적일 기준)부터 브라질산 가금육·가금 생산물과 종란·식용란, 초생추(병아리) 수입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도 HPAI 발생을 확인하고, 60일간 한국 등에 대한 닭고기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 브라질은 국내에 닭고기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국가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통계를 보면 브라질산 닭고기는 지난 1~3월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닭고기 총 5만1천147t의 중 88.4%(4만5천211t)에 달했다.

치킨 업체의 경우 뼈 치킨은 국내산을 주로 사용하지만, 순살 치킨은 공급이 안정적이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브라질산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브라질산으로 순살 치킨을 판매해 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당장 재고 현황을 파악하고, 다른 공급처를 찾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브라질산을 사용하지 않던 업체들도 공급 부족으로 인한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수입이 막히면서 국내 농장 등으로 수요가 몰리면 전체적으로 공급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고, 상황이 길어질 경우 수급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닭고기 가격이 오르면 치킨 등의 소비자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주요 닭고기 수입업체가 2~3개월 정도 사용할 물량을 비축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브라질산 수입 중단에 따른 대책으로는 태국·중국 등 제3국 수입 확대와 종란 수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원료육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한 국가 안에서 가축 전염병 발생지와 미발생지를 구분하고, 미발생 지역에서 생산한 물량은 수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준 한국치맥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닭다리를 기준으로 브라질산이 국내산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데, 원재료가 바뀌면 이익에 영향이 생기니 소비자가격 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유통구조를 안정화하려면 '지역화'를 적용해 전염병 미발생 지역의 물량을 들여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닭고기 수입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의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치킨과 급식업계에 비상등이 켜진 20일 서울 시내 치킨 판매점인
우리나라 닭고기 수입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의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치킨과 급식업계에 비상등이 켜진 20일 서울 시내 치킨 판매점인 '짱닭치킨'에서 점주가 냉장고를 열어 순살 계육의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업체관계자는 "브라질 조류인플루엔자 소식이 전해지자 중간 업자가 유통하는 이미 수입, 보관된 계육 가격도 50%가량 올랐다"며 가격 안정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