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학과장
우리나라에는 현재 33개의 공영도매시장이 운영 중이다. 이들 시장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가격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고 국민 생활의 안정을 추구하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 중이다.
공영도매시장은 전국 농산물 유통의 핵심 거점으로서 가격 형성의 기준점이자 물류 효율화의 중심 역할을 해 왔다.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며 유통 정보와 시장 교섭력 제고 등 다양한 공공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유통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급성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은 도매시장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공영도매시장이 본연의 공익성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혁신이 절실하다.
현재 공영도매시장의 운영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거나 지자체 출자 지방공사다. 서울 가락시장, 강서시장, 구리시장은 개설부터 지방공사에 의해 운영됐으나, 나머지 30곳은 지자체 직영 체제로 유지돼 왔다. 문제는 이 직영 체제에서 운영의 전문성이 반복적으로 도마에 오른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순환근무 탓에 현장의 전문성과 책임 의식이 떨어지고, 시장 발전을 위한 장기적 전략 수립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지자체는 운영 주체를 지방공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대구에서는 전국 최초로 도매시장의 운영 주체를 지자체에서 지방공사인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로 전환했으며, 인천시는 2026년까지 도매시장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춘 지방공사를 출범할 계획이다.
지방공사를 통한 운영은 전문 인력의 지속적 투입과 책임성 강화, 효율적 의사결정 등 여러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이 전환 과정에는 큰 장애물이 존재한다. 바로 보유세 과세 문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직영 도매시장이 보유한 토지와 건물은 비과세 대상인 반면, 지방공사가 소유할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다. 현재는 한시적 감면 제도 덕분에 부담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감면이 종료되거나 축소되면 도매시장 운영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도매시장 운영 주체의 지방공사 전환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전환 후에도 지속적인 부담이 된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과 같이 시설이 노후되어 대규모 수선유지비용이 예상되는 경우 보유세는 더 큰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보유세 부담으로 인한 운영비용 상승은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귀결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인상은 고연령층·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더불어 같은 기능과 목적을 수행하며, 공공 부문이 운영하고 있는 공영도매시장 간에 단지 운영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조세 부담이 달라지는 것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감면과 함께 안정적으로 지방공사의 보유세 부담을 낮춰 주기 위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안으로, 공익성을 갖는 토지에 대해 저율 과세하는 재산세 분리과세 제도가 있다. 즉,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지방공사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분리과세를 통해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공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추어 공영도매시장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세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협력하여 이러한 세제 개편의 기반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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