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안정 위해 지어진 '댐', 더 위험한 수은으로 바다 위협…서해안댐 30년 분석 결과

입력 2025-05-12 15:19:54

포스텍 공동연구팀, 전체 수은은 줄었지만 치명적인 메틸수은은 무려 536% 증가

포스텍 권세윤 교수
포스텍 권세윤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영광 박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영광 박사

포스텍(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영광 박사 공동연구팀이 우리나라 서해안에 만들어진 댐이 되레 환경을 파괴하는 주요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30여 년 전 물의 저장 및 공급, 에너지원 창출 등 풍요와 안정을 위해 지어진 서해안댐이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요소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댐건설에 있어 큰 변수가 될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동 연구팀은 서해안댐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샘플을 30년간 분석한 결과 조개 등 패류의 수은은 96% 감소했지만 물고기의 수은은 106% 증가하는 등 댐과 해안의 독성물질생물 축척양상간 변화추이를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환경과학 저널인 '환경오염'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패류와 어류 사이에 나타난 상반된 결과에 대한 해답으로 '퇴적물'에 주목했다.

이에 하구 퇴적물을 분석한 연구팀은 일반 수은의 경우 74% 줄어든 반면, 독성이 훨씬 더 강하고 몸속에 쉽게 쌓이는 '메틸수은'은 무려 536%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수은의 '지문'과도 같은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수은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댐 건설 전후에 따른 유입경로 변화를 찾아냈다. 댐 건설 이전에는 강을 통해 하구로 유입됐고 이후에는 강이 막히면서 비나 대기 중 먼지에 섞인 수은이 주로 들어왔다.

문제는 댐 건설 이후 늘어난 '하늘에서 내린 수은'이 보다 쉽게 메틸수은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하구 퇴적물 속 메틸수은 농도는 댐건설 이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났고, 이는 곧 물고기에 쌓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댐 건설 이후의 환경문제에 대해 오염물질 총량만 측정할 게 아니라 독성이 훨씬 강한 메틸수은의 양을 포함해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번 연구가 갖는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POSTECH 권세윤 교수는 "댐이 단순 수질만 바꾼 게 아니라 생태계 내에서 독성물질의 이동과 축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시사해준다"면서 "환경영향평가나 수질 관리 정책에서도 이와 같은 미세한 생지화학적 변화까지 고려하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