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학생문화센터, '거장의 팔레트, 빛을 만나다'전(展)
세 벽면 캔버스 삼아 각 화가 작품들 입체적으로 제공
화가의 표현기법 이용한 작품 만들기 체험 활동 인기
"사람을 사랑하는 것 보다 더 예술적인 일은 없다"(빈센트 반 고흐)
지난 10일 오전에 찾은 대구학생문화센터 e-갤러리에서는 '거장의 팔레트, 빛을 만나다'전(展)이 열리고 있었다. 도슨트(Docent·미술관에서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를 중심으로 전시관을 투어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에 학생·학부모 20여 명이 참석해 작품을 흥미롭게 감상했다. 도슨트가 작품 관련 질문을 하자 학생들은 여기저기 손을 들고 "정답"을 외쳤다.

◆세계 미술 3대 거장 작품을 한눈에
'거장의 팔레트, 빛을 만나다'전은 대구학생문화센터의 자체 제작 전시로, 김상아 교육연구사를 포함한 전시팀을 중심으로 12명의 지역 현직 교사들이 전시 기획에 직접 참가했다. 이번 전시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등 개성 있는 화풍을 구축하며 세계 미술 역사상 중요한 역할을 한 세 명의 거장에 주목했다.
클로드 모네(1840~1926)는 사실적인 묘사를 포함한 전통 회화 기법에서 벗어나 색채, 질감, 빛 자체에 초점을 맞춘 '빛의 화가'로 불린다. 그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대상의 색과 형태를 포착해 그리며 '인상주의'라는 당대 미술계의 새로운 움직임을 일으켰다. 특히 모네는 같은 풍경 구도를 다른 시간, 다른 계절에 지속적으로 그렸다. 자신의 정원 호수에 떠 있는 수련에 영감을 받아 30년 동안 250점 이상의 유화 작품을 남긴 '수련' 연작(聯作)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한때 목사가 되기를 꿈꿨던 인물로,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감성적인 작품을 많이 남겼다. 밝은 빛을 포착하던 모네와 달리 고흐는 별·조명 등 어두운 밤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작품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그는 30대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며 독창적인 화풍을 갖추기 시작한다. 인상주의를 넘어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조를 구축하며 '후기 인상주의'로 평가받게 된다.
앙리 마티스(1869~1954)는 자연 그대로를 묘사해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에 따라 자유롭게 채색했다는 점에서 색채의 해방을 낳은 화가로 알려져 있다. 초록색 얼굴 등 작품 대상을 야수처럼 그렸다는 조롱 속에서 '야수파'라는 미술 사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마티스는 암 투병을 하며 다시 붓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되지만, 예술을 향한 집념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종이를 잘라 붙이는 컷아웃(Cut-outs) 기법을 사용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했다.

◆미디어 아트로 작품 생생하게 만나
전시 공간은 ▷레플리카명화 존 ▷미디어월 존 ▷체험프로그램 존 등 총 3개의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레플리카명화 존에서는 모네의 '인상, 일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 등 대표작을 포함한 총 25여 점의 명화들이 전시된다. 관객들은 평면 액자 형태로 실제 작품과 유사한 크기와 질감으로 재현된 작품들을 연대기 별로 감상할 수 있다.
도슨트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작품 해설을 들려주기 때문에 미술 작품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걱정을 버려도 좋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온 가족 미술 나들이' 프로그램에는 전시 기획에 참여한 교사가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도슨트 역할을 한다.
이날 도슨트로 참가한 이정운 성서중 교사는 3대 거장의 생애와 작품 속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들의 흥미를 더했다. 그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중심의 해설을 준비했다"며 "낯선 작품들 앞에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집중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 작품과 미디어 아트를 접목한 '미디어월 존'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디어 아트는 전통적인 예술의 경계를 넘어 영상·음악 등 디지털 기술과 예술 작품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말한다. 대구학생문화센터는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미디어 아트 전시를 위해 갤러리 일부 공간을 '미디어 아트 전시관'으로 재단장했다.
미디어월 존에서는 각 화가의 대표 작품과 화가가 생전에 남긴 명언, 클래식 명곡, 생생한 효과음 등이 세 개의 벽면을 캔버스로 삼아 입체적으로 제공된다. 다양한 영상들이 시시각각 변하며 관객과 상호작용하고 작품 속 인물·사물이 움직여 생생함을 더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이정민 학생은 "미술 3대 거장의 작품들이 나타난 거대한 스크린이 나를 둘러싸고 있으니 내가 마치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가 표현기법 활용해 직접 작품 제작
체험프로그램 존에는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며 예술적 경험을 기를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활동들이 마련됐다. 교사 태스크포스(TF)팀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교과가 융합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시대가 만든 기준을 따라가는 게 아닌 '자신만의 것'을 표현한 세 화가의 표현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해 보는 체험들이 중점이 됐다.
이날 학생과 학부모들은 모네의 작품처럼 빛을 활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참가자들은 각각 작은 필름에 꽃, 정원, 집 등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다양한 색상의 네임펜으로 그렸다. 이후 필름을 미니 영사기에 넣어 벽면에 비추니 해당 그림들이 빛을 받아 크고 선명하게 표현됐다.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벽에 나타난 자신의 그림 내용을 설명하며 대화를 나눴다.
또 마티스의 화풍처럼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색이 아닌 자신의 감정에 따라 주관적인 색을 사용해 명화 도안을 색칠하는 기회도 가졌다. 학생들은 도안에 그려진 사람의 얼굴을 살구색이 아닌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상을 활용해 색칠해 나갔다.
자녀와 함께 전시에 참여한 김경미(43) 씨는 "사람의 얼굴을 칠할 때 보통 살구색을 사용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는데 막상 다른 색으로 칠해보려고 하니 용기가 필요하더라"며 "작가의 의도에 따라 채색하는 과정에서 고정 관념을 깨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운 교사는 "참가자들이 체험활동을 진심으로 즐기며 자기 스타일대로 개성 있는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미술 교사로서 뿌듯했다"며 "미술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이자 배움"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학생문화센터는 오는 30일까지 '거장의 팔레트, 빛을 만나다'전을 개최한다. 관람 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평일에는 단체 신청을 한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에는 사전 신청을 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도슨트 해설·체험 수업도 진행된다.
권원희 대구학생문화센터 관장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체험해 보도록 하기 위해 처음으로 미디어 아트를 시도하게 됐다"며 "관람객들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예술의 즐거움을 느끼고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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