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지 않는 '치매 머니' 154조원…GDP 6.4%

입력 2025-05-06 17:54:43 수정 2025-05-06 18:46:23

65세 이상 치매 환자 대상 소득·주택·토지 등 총 자산 분석
2050년 치매 환자 396만명, 치매 머니 488조원 예상
사기 피해·자산 동결로 경제 선순환 붕괴 우려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들이 보유한 자산인 '치매 머니'가 국내총생산(GDP)의 6.4% 수준인 154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향후 고령화로 치매 머니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할 제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서울대학교 건강금융센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고령 치매 환자 자산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치매 머니 전수 조사다.

2023년 국내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는 총 124만398명으로, 이들 중 자산 보유자는 61.6%인 76만여명이었다. 이들의 자산은 153조5천416억원으로, 1인당 평균 자산은 약 2억원이었다.

조사단은 최근 5년(2019∼2023년)간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각 해의 '고령 치매 환자'를 추산했다.

이어 국세청·5대 공적 연금기관 소득 자료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주택·토지 등 재산 자료를 활용해 이들의 총자산 규모를 분석했다.

고령 치매 환자의 소득 총액은 6조3천779억원, 재산 총액은 147조1천637억원으로 재산 가운데 금융 재산은 33조3천561억원, 부동산 재산은 113조7천959억원, 그 외 재산 117억원 등이었다.

금융 재산의 경우 건보공단 금융 소득 데이터(이자·배당)를 바탕으로 서울대 건강금융센터가 추정한 값으로, 건보공단 자료에는 연간 2천만원 미만의 금융 소득을 얻은 자는 잡히지 않아 실제보다 적게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조사단은 향후 치매 환자가 2030년 178만7천명, 2040년 285만1천명, 2050년에는 396만7천명으로 가파르게 늘어, 2050년에는 '치매 머니'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난 488조원(예상 GDP의 15.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위는 "전체 인구의 2.4%인 고령 치매 환자의 자산이 GDP의 6.4% 수준으로 나타나 인구 대비 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치매로 인한 자산 동결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위는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매년 치매 머니 규모 변동 상황을 분석해 민간신탁 제도 개선·치매공공후견 확대·공공신탁제도 도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고령 치매 환자는 자산을 관리하지 못해 사기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치매 환자 자산 동결은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연말에 발표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치매 머니 관리 지원 대책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