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의 페리스코프] 대선 후보 군사안보 공약의 전략적 허점

입력 2025-05-07 14:14:17 수정 2025-05-07 17:43:44

軍병력 숫자 줄이고 질로 대체한다는 野, '기술적 환상'의 오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땅크(탱크)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생산실태와 현대화사업 정형(경과), 탱크 핵심기술 연구과제 수행 정형을 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일 보도했다. 탱크공장 방문에는 조춘룡 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정식 당 중앙군사위원, 김용환 국방과학원 원장 등이 동행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땅크(탱크)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생산실태와 현대화사업 정형(경과), 탱크 핵심기술 연구과제 수행 정형을 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일 보도했다. 탱크공장 방문에는 조춘룡 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정식 당 중앙군사위원, 김용환 국방과학원 원장 등이 동행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대선 후보의 안보공약을 보면 국가안보보다는 우선 표끌어 모으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마구잡이로 발표하는데 국민의힘 쪽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도움이 될 공약을 해주고 있다. 안보 관련 공약을 누가 기안하고 안을 내는지 모르겠지만 국가안보를 완전 거덜 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전장의 본질을 오해한 공약, '무기체계' 만능주의의 환상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2022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병력 규모를 15만 명으로 축소하고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선택적 모병제는 징병제를 유지하되 일정 조건을 갖춘 사람은 군복무 대신 지원병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형태의 복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하는 혼합병 제도란다.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현재도 특전사 등 일부 병과는 선택적 모병제를 하는데 본질이 완전히 다른 대체복무제를 선택적 모병제라 표현한 듯하다.

이 후보는 간담회에서 "6.25 전쟁 당시 인해전술처럼 사람 숫자로 결판낸 시대에서 이제 완전히 무기체계로 결판이 나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수십만의 청년들을 병영에 가둬놓고 전통적인 전투도 중요하겠지만 과연 효율적일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2022년 국방백서
2022년 국방백서

이는 현대전이 더 이상 인해전술이 아니라 첨단무기 체계와 기술력의 싸움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공약이다. 하지만 이는 전장의 본질을 오해한 단선적 판단이다. 무기체계의 발전이 병력의 절대적 우위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관점은 부분적으로만 타당하다. 무기체계는 전투력의 한 요소일 뿐이며, 실제 전장에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유지할 병력의 숫자와 숙련도에 따라 좌우된다.

이는 현대전의 특성과 작전의 본질에 대한 오해다.무기체계가 아무리 정밀하고 고도의 최신 상태가 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인간이다. 전투력이란 단순히 병기(兵器)의 우수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장에서는 숙련된 병력, 통합된 지휘체계, 강인한 사기와 전장 적응력 등 인간적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사이버전, 심리전, 특수작전 등 현대전의 전장은 더욱 복합·다층화되고 있으며,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훈련된 병력과 구조화된 전투편성이 필수적이다.'숫자를 줄이고 질로 대체하겠다'는 구호는 현실에서 기술적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전면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이와같은 단편적 사고가 자칫 안보 공백으로 직결될 수 있다.병력 축소가 이루어질 경우, 전시 동원체계와 지역방위, 후방방어, 시설경계, 유사시 수도권 보호 등을 위한 병력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전략적 특수성을 무시한 채, 서구 선진국의 제한전쟁 또는 원정전투(Expeditionary Warfare)모델을 단순 이식하려는 시도는 지극히 위험하다 할 수 있다.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해 10월 1일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대량응징보복) 자산 중 하나인 현무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위를 지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 제거하는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다.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해 10월 1일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대량응징보복) 자산 중 하나인 현무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위를 지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 제거하는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다.

◆수적 열세의 착시 – 란체스터 법칙과 북한의 위협
이 후보는 군 병력을 15만 명까지 감축하더라도 무기체계의 질적 우위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지만,이는 군사이론상 간단히 반박된다.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질과 양'의 관계를 논한 이후, 프레더릭 란체스터(Lanchester)가 제시한 제곱 법칙(Lanchester's Square Law)은 현대 전투력 분석에 있어 중요한 이론적 토대다.

이에 따르면 두 전력 집단이 충돌할 경우 전투력의 소모는 적군 전력에 비례하며, 총 전투력은 병력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즉, 병력이 절반이면 상대보다 4배 이상의 질적 우위를 가져야 전투력에서 균형이 맞춰진다.

2020년대 북한군은 화생무기 등 비대칭전력을 제외하고 약 120만 명의 상비군, 교도대 62만,노농적위대 570만,붉은 청년근위대 94만 등 760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기갑·포병 중심의 전방 집중 배치로 전면전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특수전 병력 20만, 미사일 전력, 핵무기 등은 단순한 기동전만이 아니라 심리적, 전방위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이 전면 병력을 15만 명 수준으로 축소하고도 전장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전 병력이 전자전·AI 기반 무기체계 전문가로 구성되고, 지휘·통제·정찰·타격까지 완전통합된 자동화 작전체계를 갖추어도 불가하다.

그러나 우리군은 아직 그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심지어 숙련된 간부의 이탈과 복무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이러한 현실속에서 수적열세를 질로 보완한다는 공약은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불과하며,군사적 불균형을 초래해 자칫 전쟁억지력 자체를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공군 항공통제기(E-737)와 F-15K 전투기 편대가 2024년 1월1일 오전 울진 상공에서 영공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군 항공통제기(E-737)와 F-15K 전투기 편대가 2024년 1월1일 오전 울진 상공에서 영공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년표 계산의 정치와 안보 현실의 괴리

이 후보는 복무기간 단축과 병력 감축, 선택적 모병제 도입 등을 통해 청년층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그러나 안보는 단기적인 민심과 포퓰리즘을 초월한 냉엄한 현실이다. 전쟁은 투표로 막을 수 없으며, 억지력은 오직 상대방이 전쟁을 결심하기 어렵게 만드는 압도적 실력에 의해 유지된다. 병력 감축과 선택적 복무를 통한 '군복무 유연화'가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한다는 주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정규군 중심의 응집력과 전투 지속력이 국가 생존을 좌우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 북한 핵·미사일 위협, 러시아·중국과의 해상 분쟁 가능성 등 복합 위험이 상존하는 지정학적 삼각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안보환경에서 청년 인구를 현역 대신 대체복무나 '지원병' 체계로 돌리는 것은, 전시 국가동원체계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자해적 조치가 될 수 있다.

병력의 질을 높이는 방향은 필요하되, 이는 병력 감축과 무조건 연결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현역 간부와 부사관의 장기복무 유도, 과학화 전력에 대한 투자 확대, 전투적응 훈련 강화 등을 통해 '질적 전환'을 병행해 나가는 방향이 현실적이다. 통일시까지는 오히려 24개월 복무를 해야 할 상황이다.

야당 후보의 병력 감축 및 선택적 모병제 공약은 '첨단무기 체계=전투력'이라는 단순 논리에 기반한 위험한 실험이다. 무기의 질이 아무리 높더라도, 그것을 운용할 사람과 제도, 정신력, 구조가 받쳐주지 못하면 군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병력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다.

정치권이 병영정책을 표 계산의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냉철한 전략 감각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안보 청사진을 제시할 때다. 단기적 인기몰이보다 국가 생존이 우선이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